법무법인 화우는 지난달 간호사 태움 사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업재해 승인 판정이 이뤄졌다고 6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판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 사건에 대한 산재 승인에 이어 간호사 ‘태움 관행’으로 인한 피해 간호사의 정신적 고통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한 사례다.
화우공익재단은 피해 간호사 A씨에 대한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화우 노동팀 변호사, 노무사들과 함께 공익 소송을 진행해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간호사 A씨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ㄱ 병원과 ㄴ 병원에서 각각 5개월씩 일했다. 당시 A씨는 두 병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바로 업무강도가 높은 현장에서 무임금 추가 노동에 시달렸고, 여기에 선임 간호사들의 모욕적 언행과 집단 따돌림이 더해져 ‘적응장애’라는 질병을 얻었다.
적응장애란 우울증과 불안증, 수면 장애, 식욕 부진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중요 영역에서 기능 장해가 발생하게 되는 질병이다.
실제로 간호사 A씨는 ㄱ병원 재직 당시 신입간호사로서 중중도 높은 병실에 배치돼 격무에 시달렸고, 선배 간호사로부터의 업무상 질책 이상의 인격적 모욕을 당해 극심한 우울함과 지속적인 자살 충동을 느껴 퇴직했다.
퇴직 후 증상이 호전돼 입사하게 된 ㄴ병원에서도 선임 간호사의 질책과 모욕적 언사, 간호사들의 따돌림 등을 겪고 증상이 악화됐다.
질병판정위원회에서도 피해자가 ㄱ병원 퇴사 후 적응장애 증상이 호전됐다가 ㄴ병원 입사 후 상병이 재발했다는 점에 주목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업계에는 법정 간호 인력 기준이 지켜지 않는 병원이 많아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선진국의 2~3배 수준에 달한다. 추가 노동을 제공함에도 임금을 제공하지 않는 사업장도 많아 간호사의 이직 내지 퇴사율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간호 인력 확보 문제는 의료의 질적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업무상 질병의 원인으로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과 함께 과중한 업무 강도, 부족한 교육 등 간호 업무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두루 지적한 사례로 평가된다.
화우공익재단 박영립 이사장은 “이번 결정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태움’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사건으로, 근로자의 재해를 보상하고 복지를 증진하고자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며 “이를 계기로 다른 태움 피해 간호사들에 대해서도 보상이 이뤄지길 바라며 의료 현장의 악습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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