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입도세' 추진 선언했지만 국회 문턱 넘어야
'법정외세' 도입하면 지자체가 판단해 세금 부과
日, 지자체 스스로 숙박세, 낚시세 등 부과 가능
[파이낸셜뉴스]
'법정외세' 도입하면 지자체가 판단해 세금 부과
日, 지자체 스스로 숙박세, 낚시세 등 부과 가능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달 25일 '입도세' 추진을 선언했다. 제주 관광객이 부담하는 지방세금으로, 날로 파괴되는 제주 환경을 보존하고 관광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겠다고 한다.
다만 입도세 부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법률 제정 기관인 국회 설득이 필수적이지만, 입도세를 둘러싼 이견이 많아 국회 통과를 낙관하는 사람이 적다.
만약 일본이라면 어땠을까? 제주도는 국회의 판단을 얻지 않은 채 입도세를 부과키로 했을지도 모른다.
■지방이 결정 못 하는 '지방세'
한국은 '조세법률주의'를 택하고 있는 터라 지자체가 직접 걷고 쓰는 '지방세'도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의 조세자주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첫 시작은 강원도였다. 여름마다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교통체증과 쏟아지는 폐기물이 골칫거리였다. 2004년경 지방세법에 '법정외세'를 명시해 관광세를 부과하자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이유였다.
법정외세 도입을 위해선 헌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헌법 제59조에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강원도의 논리와 같이 '조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률을 만들면 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이는 일부 학자들도 있지만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조세자주권, 지방의 주요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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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역자원시설세'를 통해 지자체 특성에 맞는 지방세를 발굴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 탓에 신설이 쉽지 않다. 시멘트가 그 예다.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강원·충북 등은 환경오염, 주민피해 등을 들어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법정외세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2016년 기준 59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으로, 한해 거둬들이는 금액은 517억엔(약 5587억원) 규모다. 낚시세(유어세), 숙박세, 환경미래세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선임전문위원은 "조세자주권은 지방의 주요한 권리다. 지방분권의 실질적 권한으로서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지방자치의 본질은 스스로 결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조세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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