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53)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고 정치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김 지사는 1심 유죄 이후 2심 재판 과정에서 닭갈빗집 사장 증언과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자 강모씨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더미데이터' 파일 등을 증거로 제출하며 '킹크랩' 시연회를 볼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증거들도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를 뒤집는 데는 전혀 힘을 쓰지 못 했다.
◇"포장 맞다"는 닭갈빗집 사장 증언…판결문에 언급조차 안돼
2심 재판장이던 차문호 부장판사가 지난 1월 선고를 연기하면서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관을 인정하는 잠정결론을 내린 이후 김 지사 측은 새로운 증거들을 내며 잠정결론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김 지사가 '경공모' 산채에 두 번째로 방문한,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다고 특정한 2016년 11월9일에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닭갈빗집에서 포장주문을 한 것이 맞다는 닭갈빗집 사장의 증언이다.
지난 6월 닭갈빗집 사장 홍모씨는 증인으로 나와 김씨 일당이 닭갈비 15인분을 포장해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영수증에 적혀있는 '25번'이 포장 주문을 받기 위한 가상의 테이블이라 김씨 일당이 포장을 한 것이 맞다고 했다.
로그기록상 '킹크랩' 이 작동했던 시간은 오후 8시7분에서 8시23분이다.
김 지사 측은 김 지사가 오후 7시께 산채를 방문해 1시간 가량 경공모 회원들과 산채에서 식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시부터 9시까지 함께 '경공모 브리핑'을 듣고 드루킹과 간단하게 대화를 한 뒤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밤 9시14분께 산채를 떠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킹크랩 시연시간으로 특정된 밤 8시7분부터 23분 사이에는 경공모 브리핑이 진행됐기 때문에 김 지사가 시연을 볼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인데, 김씨 일당이 포장배달을 했다는 홍씨 증언은 김 지사 주장에 부합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씨의 증언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증언을 우선 분석했다.
일단 재판부는 김 지사가 저녁식사를 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 하고 있다고 하면서, 드루킹 일당이 2018년 7월말부터 8월 특검 조사에서 한 진술들을 언급했다.
드루킹 일당들은 특검 조사에서 '결제시간(오후 5시50분께)을 보니 음식을 포장했을 거 같고, 포장하면 모두 익혀서 거의 바로 먹을 수 있어 가져와 저희들끼리 먼저 식사를 하고 김 지사를 기다렸던 것 같다', '처음 김 지사가 방문했을 때 식사를 했던 것과 헷갈렸다', '늦게 와서 함께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 진술들에 따르면 이미 드루킹 일당이 닭갈비를 포장해 간 것을 인정했다. 따라서 "포장한 것이 맞다"는 닭갈빗집 사장 진술은 재판부 입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쟁점은 포장한 닭갈비를 드루킹 일당들만 먹었는지, 김 지사도 함께 먹었는지였는데, 재판부는 김 지사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 드루킹 일당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봤다. 저녁식사 진술을 했던 2018년 7~8월에는 김 지사의 식사 여부가 쟁점이 되지 않았고, 특검이 주장한 시연 로그도 아직 확인되기 전이기 때문에 식사에 관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시 킹크랩 브리핑과 시연을 마친 김 지사 동선을 세분화해 조사가 이뤄진 바 없고, 이미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시점에서 참석자들이 당일 일정과 동선 등을 분 단위로 세세하게 기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김 지사가 특검 주장 시연 로그와 같이 구동되는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판단한 이상 그 이후 김 지사 행적까지 일일이 특검이 증명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뒤늦게 발견된 '더미데이터'도…법원 "시연 위한 것"
김 지사 측은 지난 7월 증거로 새롭게 제출된 '킹크랩' 개발자 '트렐로' 강모씨의 노트북에 담긴 '1030 더미데이터'도 김 지사의 무죄를 입증할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 노트북은 암호가 걸려있었으나 2심 재판 중 암호가 해제됐다.
1심은 김 지사의 산채 방문이 결정된 2016년 11월4일 이전에는 킹크랩으로 의심되는 기록들이 전혀 없다가, 4일부터 7일까지 3개 아이디로 테스트를 하는 로그 내역 등이 확인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김씨 일당이 김 지사가 방문한 11월9일에 맞춰 킹크랩 시연을 준비했다고 봐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강씨 노트북에 담긴 '더미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이들이 10월30일에 아이디 3개를 개발에 이용하기로 예정했기 때문에, 김 지사의 산채 방문이 결정된 11월4일 이후에 3개 아이디로 테스트를 했더라도 이는 자연스러운 개발 과정이지, 시연회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개발 과정에 비춰보면 일련의 테스트 기록이라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1개 ID가 실행하고자 하는 전체 동작을 대략적으로 구현한 후 여러 개의 ID로 넘어가는 통상적 과정인데, 킹크랩 개발 과정은 처음부터 3개 ID로 각각 동작을 구현하고 이후 1개 ID로 3개 ID로 구동했을 때 발견됐던 문제점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연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비효율적인, 비통상적인 개발 방법을 사용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1030 더미데이터 작성 후 11월10일과 12일에 한 개발 업무를 바로 하지 않고, 우씨 등이 변호인들 주장처럼 '시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만 왜 몰두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는 '킹크랩' 개발자 '둘리' 우모씨가 11월4일부터는 본래 개발계획과는 동떨어진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관한 강한 방증"이라며 "우씨의 이 같은 '1030 더미데이터'의 실제 구현은 개발과정의 일부가 아닌 시연을 위한다는 등의 목적을 갖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미 작성된 '1030 더미테이터' 등에 따른 킹크랩 프로토타입 개발은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 이런 사정이 시연을 위한 개발이라는 사실을 뒤집을 만한 사유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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