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창포마을 ‘할머니 공연단’
코로나로 공연 취소·활동 제동
코로나로 공연 취소·활동 제동
전북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창포마을의 '다듬이 할머니 공연단' 단원들은 관객 앞에 다시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는 국내 최고령 공연단이자 다듬이를 이용한 전국 최초 공연단의 자긍심과 활력마저 앗아갔다.
단원 8명의 평균연령이 87세인 이 공연단 할머니들은 "해마다 적게는 70∼80회에서 최고 100회 이상 해오던 공연을 올해 들어 거의 안 하다 보니 오히려 몸이 더 아픈 것 같다"고 푸념했다.
마을 홍보 차원에서 지난 2006년에 창단한 공연단은 국내 최고령 단원들로 눈길을 끌었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특유의 다듬이 타법으로 방송에도 출연해 각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흥에 겨워 내리치는 '또닥또닥' 거리는 방망이 소리에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한 향수에 빠졌다. 30~40대도 감동을 받으면서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공연단은 지난 2011년 향토자원산업화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풍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임동창과 함께 다듬이 특화사업단을 꾸리게 된다. 2013년에 만든 다듬이 음악극 '완주 아리랑'은 여인의 삶을 50분짜리 다듬이 소리로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올해 10월에는 국내 최고령 공연단으로 완주군의 '완주 기네스'에 등재됐다.
공연의 즐거움 속에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70세 중반이었던 창단 멤버의 일부는 어느덧 90세를 넘겼다. 단원 한 분이 숙환으로 돌아가시기도 했지만, 할머니들은 공연을 통해 건강과 활력을 얻었고, '시골 스타'라는 자긍심도 갖게 됐다.
노재석 창포마을 대표는 "공연은 할머니들의 유쾌한 삶과 건강을 유지해준 비법이었다"며 "현대의 기계음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집안의 타법'이 모두 달라 기력 넘치는 어르신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예술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공연단에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고령 확진자의 치명률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할머니들은 외부 공연 요청을 거절한 채 방문객 대상 몇 차례 공연만 하고 주로 집안에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지난해 '다듬이 인형극단'을 별도로 만들어 올해부터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병행하려던 계획도 코로나19 극복 이후로 미뤘다.
공연단장이자 최고령인 김달례(91) 할머니는 "코로나가 물러나서 다듬이 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질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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