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때 충무로의 ‘천만요정’으로 불렸던 배우 오달수가 11일 성추행 논란 이후 3년 만에 영화 ‘이웃사촌’ 주연 배우로 공식석상에 섰다.
2018년 문화계 ‘미투’ 운동이 불었던 당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던 그는 활동을 전격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내사 종결로 무혐의 처분됐으나 직업의 특성상, 여전히 그의 복귀는 조심스러운게 사실.
‘이웃사촌’은 3년 전에 촬영했으나, 주연 배우 리스크로 개봉을 못하다 오는 25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7번방의 선물'에서 오달수와 작업했던 이환경 감독이 결과적으로 7년만에 내놓게 된 신작이다.
오달수는 이날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빛을 못 볼 뻔한 영화”라며 “함께 촬영한 배우들에게 죄송하고 (개봉하게 돼) 감사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마음이 무겁다'고도 밝힌 그는 "솔직히 영화가 개봉되지 못했다면 평생 가슴에 맺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어떻게 지냈을까? 그는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는 우리 영화처럼, 저 역시 그동안 거제도에서 가족들과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답했다.
“그들이 항상 제곁에 붙어있었다. (내가) 생각을 많이 할까봐,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고 농사를 지었다. 영화가 개봉하게 될 날만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인생엔 행운이 있고 불행이 있고 다행이 있다는데, 개봉하게 돼 정말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이다”며 부연했다.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던 이환경 감독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오달수에 대해 “라면 같은 사람”이라며 “라면처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안 먹으면 다시 생각나는 그런 배우”라며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도 행사가 끝날 무렵, “오달수 선배가 한국영화에서 큰 역할을 해줬다”며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봐서 반가웠다”며 성원의 말을 건넸다.
‘이웃사촌’은 오달수가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정극 연기에 도전한 작품.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답게, 다정한 아버지이자 소탈한 어른 그리고 신념에 찬 정치인의 모습을 유연하게 오가며 극에 중심을 잡는다.
영화는 해외에서 입국되자마자 가택 연금된 거물급 정치인(오달수)을 24시간 감시하게 된 도청팀장 대권(정우)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이환경 감독은 이날 "정치 드라마보다 가족 이야기이자 두 남자의 우정 등을 다룬 소통과 공감의 드라마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1985년을 무대로 해 전두환 정권시절 가택연금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민주화 운동과 몸담았던 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생각보다 웃기고 예상치 못하게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장면도 있다. 다만 영화에서 그때 야권이던 정치세력이 오늘날의 여권이 된 정치 상황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특히 2018년 촛불혁명과 겹쳐지는 대규모 군중신에선 이 영화가 ‘너무 늦게 개봉했다’는 느낌도 든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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