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이내 결혼금지' 위헌일까...헌재, 오늘 공개변론

과잉금지원칙 위반·결혼의 자유 침해 여부 등 다퉈

그래픽=박희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는 현행 민법 조항이 ‘결혼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인지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12일 공개변론을 연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A씨가 "민법 제809조 1항 등이 정한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해당 조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며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따라 혼인 무효 처분을 받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지난 2016년 5월 B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같은 해 8월 B씨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 무효 소송을 내 패소했다.

A씨는 결국 2018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결혼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근친혼 범위가 입법목적이나 오늘날의 친족관념에 부합하지 않는지 등을 심리한다.

A씨 측은 "미국·일본 등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 민법의 근친혼 금지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근친혼과 유전질환 발병률 사이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근친혼 금지는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야 확립된 것으로 전통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늘날엔 혼인 및 가족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심판대상조항은 근친혼 부부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전질환을 방지하고 전통과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8촌 이내 혈족과 혼인할 자유가 우리 사회의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키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마다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민법의 근친혼 금지 범위가 외국 입법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고 해서 논리필연적으로 위헌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핵가족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청구인 측)와 서종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무부 측), 전경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직권지정 참고인)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각각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e-mail] 조윤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