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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에 작업 상한선 지정…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2 17:47

수정 2020.11.12 19:54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적정 작업시간 평가기준 제시
지연배송때도 불이익 없게
분류작업은 노사 의견수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주5일 근무에 작업 상한선 지정…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
최근 연이은 과로사로 논란이 불거졌던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하루 작업시간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 또 택배기사도 주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해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도록 유도한다. 일각에서는 구체적 대안이 나오지 않았고, 노사 견해차가 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대 작업시간 상한선 정해

정부 관계부처가 12일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에 따르면 안전보건기준규칙을 개정해 택배기사들의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막기 위해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구체화한다. 적정 작업시간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택배사별 여건까지 고려해 회사별로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도록 하는 등 작업량의 상한선을 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택배기사가 요구하면 물량축소, 배송구역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특히 낮에 근무하는 택배기사는 밤 10시 이후부터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차단하는 등 심야배송 업무를 제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연배송 사태가 빚어지더라도 택배사·대리점 측이 택배기사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막는다. 배송량, 지역 배송여건 등을 고려해 택배기사가 토요일에도 쉴 수 있도록 하는 등 주5일 작업관행도 확산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택배기사 업무 포함 여부를 놓고 노사 간에 이견이 컸던 분류작업은 노사 의견수렴을 좀 더 거친 뒤 표준계약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택배기사에 대한 택배사와 대리점의 갑질 등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대리점이 택배기사에게 부과하는 위약금 등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경우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당정청은 이날 택배 종사자 보호를 위해 택배거래 가격 구조를 개선키로 하고, 관련법인 생활물류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치 처리키로 했다. 아울러 필수노동자 범위를 확대해 돌봄종사자를 비롯해 대리운전기사 등도 새로 추가하기로 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법적 강제성 없어 향후 난항 예견

이날 발표한 내용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보다는 장기적 정책방향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시 말해 구체성이 결여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경우 택배사가 반발할 경우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작업시간 제한 역시 택배물량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인력 충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택배기사의 작업시간 단축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업무량 축소 방침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서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수단은 없다. 또 일감이 줄면 택배기사의 소득 감소도 불가피하다.


강검윤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처음부터 작업 제한을 강제할 경우 산업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사 소득이 줄 순 있지만 도심에 가까운 택배분류장을 늘리거나 자동화 분류설비를 도입해 (기사가) 더 많은 시간을 배송 작업에 쓰도록 하면 소득보전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다음 달 구성될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협의회'의 논의 과제로 남겼다.
협의회는 택배기사와 택배사단체뿐 아니라 소비자단체, 대형화주, 국회, 정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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