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17일 서울 효자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의 해시계인 '앙부일구'의 환수 기념하는 행사를 통해 '앙부일구'를 공개했다.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仰, 앙) 가마솥(釜, 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 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 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과학 문화의 발전상과 통치자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하늘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앙부일구는 백성을 굽어 살피는 애민정신을 담아 만든 조선 최초의 공중 시계로서 세종 대부터 조선 말까지 제작됐다. 세종대왕은 앙부일구를 처음으로 만들어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종묘와 혜정교에 설치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조선 숙종 39년인 1713년 이후부터 19세기 초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바깥 지름 24.1㎝, 높이 11.9㎝, 무게 4.49㎏의 크기를 갖고 있다. 재질은 동합금 소재로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는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과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궐내에서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작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앙부일구'는 내부의 영침이 붙어있는 반구와 이를 둘러싼 지평환 하단의 받침 다리로 구성돼 있는데 영침을 기준으로 상단에 한양의 위도 '북극고 37도 39분 15초'라는 글씨가 한문으로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이 유물이 1713년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문헌 조사 결과 1713년에 한양의 정밀한 위도가 계측되었기 때문이다.
이용삼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는 "그리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해시계는 이슬람과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며 "하지만 이전의 해시계와 '앙부일구'가 가진 차이점은 절기별로 길이가 다른 그림자의 원리를 활용해 한양을 기준으로 연중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비롯해 절기 등 태양력이 담겨있어 당대의 모든 천문학 정보가 다 담겨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시간의 표시를 12간지 동물 그림으로 표시한 것또한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미국에서 진행된 경매를 통해 환수됐다. 김현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선임은 이번 공개행사에서 '앙부일구'의 환수 경과를 설명하면서 "재단은 계속 국외 경매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문화재를 환수해왔는데 지난 1월 '앙부일구'가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선임은 "유물에 대한 정보 수집 결과 미국의 한 개인이 과거 세인트 루이스의 골동상에서 구입을 한뒤 소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지 조사로 실견하고 국내에 소장중인 양부일구와 비교 검토한 결과 환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지난 6월 긴급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6월에 경매 낙찰을 통해 매입된 '앙부일구'는 8월 14일 국내로 반입됐고 이후 정밀 조사를 거쳐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이날 일반에 공개됐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그간 여러 해외 문화재를 환수했지만 오늘 또 귀중한 문화 유산이 미국에서 돌아와 기쁘다"며 "내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2층 과학문화실에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선보이는데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하나의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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