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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초 반도체 대학 설립, 美 압박 대응책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8 15:51

수정 2020.11.18 16:31

- 전문·기술 인력 양성해야 타국의 통제를 받지 않을 것
그래픽=박희진 기자
그래픽=박희진 기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 최초의 반도체 전문대학이 설립됐다. 자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도체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다. 반도체를 비롯한 미국의 기술 압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안정적인 자력갱생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8일 신랑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난징시는 지난달 22일 반도체 전문대학 ‘난징 반도체 대학’을 공식 등록했다.

난징반도체산업서비스센터 뤼후이쥔 부총경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이 아니라 개방적인 혁신 산업교육 융합 플랫폼”이라며 “반도체 분야에서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최초의 전문대학”이라고 말했다.

난징 반도체 전문대학 설립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가 강화되던 올해 7월부터 논의됐다.

당시 중국 국무원은 반도체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반도체 1급학과 설치안을 승인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도 같은 달 상하이 교통대학교, 푸단대학교 등을 연이어 방문한 자리에서 “분야별 인재를 발굴해 반도체, 인공지능 등 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인력 양성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 분야가 경쟁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중국의 현실이 암울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압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는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대표적 분야다. 아울러 첨단 기술 집약 산업이다. 이로 인해 경쟁 국가의 기술 수준까지 따라가려면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반도체 자립을 꿈꾸기엔 여러 가지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 차단을 화웨이 제재의 무기로 삼았던 것도 이러한 중국의 현실을 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가 5차 전체회의에서 혁신과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도 미국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아울러 중국은 반도체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8년 기준 각국에 필요한 반도체 인력의 경우 미국이 1만명인데 비해 중국은 30만명에 달했다.

미 조지타운대는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근로자의 약 40%가 해외 국적이며 인도와 중국을 주요 인력 공급 국가로 지목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가 글로벌 인재를 흡수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며 반대로 중국은 열세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반도체가 분야가 중국 인력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있다. 정부의 관심이 없으니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고 자본도 투입되지 못했다. 2018~2019년 반도체 분야 평균 임금은 1만1000여위안(약 186만원)에 불과했다.

대신 중국 업체는 고액의 연봉을 주고 해외 인력을 빼오고 있다. 2017년 화웨이는 일본에서 소니 2배의 연봉으로 인재를 모집했다.
반도체 기업이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은 고액을 주고 다른 회사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반도체 전문대학을 설립한 뒤 산업계와 고등학교에서 양질의 인력 자원을 모으면 국내 반도체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인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 판단이다.


중국 매체 텅쉰망은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은 오랫동안 수입에 의존했다”면서 “전문적, 기술적 인재를 육성해야만 중국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타국에 의해 통제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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