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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삶의 질’도 바꿨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8 17:05

수정 2020.11.18 17:13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 의자와 탁자 등이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사진=뉴스1화상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 의자와 탁자 등이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19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존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완화는 거의 실시간으로 경제전망을 좌우했을 뿐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의식 자체를 바꾸는 영향력을 보였다.

경제 전망 급등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질병 자체보다는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있었다. 거리두기의 설계와 적용에는 감염 확산 예방과 국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하는 보다 세밀하고 촘촘한 접근이 요구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19년 1월부터 소비자가 체감하고 전망하는 경제상태에 대해 매주 1000명씩(연간 5만2000명) 조사해 왔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타난 2020년 1월 2주를 기점으로 코로나 전 53주와 코로나 후 지난 10월까지 41주의 결과를 비교 분석해 일반국민의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떻게 변했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국가경제 △개인경제 △삶의 질 △소비지출의 4개 전망지수 변화 추이를 정리했다.

국가경제, 개인경제, 소비지출·삶의 질 순으로 비관적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체감경제는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거듭 급등락하고 있다. 조사 기간 중의 지수 변화를 보면 코로나 전과 후 현격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전 53주간에는 극렬한 변화로 볼 만한 것이 없었으나 코로나 후에는 수차례 급락-급등을 반복했고, 이것이 코로나 때문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먼저 코로나 전 상황을 정리하면 4개의 전망지수는 모두 95에 미치지 못했다. 긍정과 부정 전망이 동일할 때 지수가 10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속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부정적 전망은 60~70에 머문 국가경제 전망이며 그 다음은 70~75 사이를 배회한 개인경제 전망이었다.

반면 소비지출과 개인 삶의 질에 대한 전망은 90 내외 수준에서 안정적이었다. 요약하면 코로나 이전에는 소비지출, 삶의 질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 개인경제에 대해서는 크게 비관, 국가경제에 대해서는 훨씬 더 비관적으로 전망해 왔다.

코로나 후 상황은 전혀 달랐다. 4개 지수 모두 코로나 첫 확진 때는 민감하지 않았으나 2, 3차 감염 때는 걱정이 크게 늘었고 대구·경북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때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모든 것에 대한 전망이 급속히 부정적으로 변했고, 방역대책에 따라 더 비관적으로 됐다.

이후 전망지수의 변화 패턴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부정/비관적 방향으로, 완화되면 긍정/낙관적 방향으로 이동을 거듭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 소비, 삶의 전망에 전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 전·후 체감경제 전망지수 추이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코로나 전·후 체감경제 전망지수 추이 /사진=컨슈머인사이트

더 비관적으로 변한 것은 소비지출, 개인경제, 국가경제, 삶의 질 순


코로나 전과 후의 국가경제, 개인경제, 소비지출, 삶의 질에 대한 전망지수의 평균을 보면 모두 긍정-부정 전망이 같을 때의 지수 100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모두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가장 덜 비관적인 것은 쉽게 줄이기 어려운 소비지출 전망(89.6)이었으며, 그 다음 삶의 질 전망(89.1), 개인경제 전망(71.3), 국가경제 전망(64.6)의 순이었다. 이는 코로나 전 1년간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 특히 국가경제에 대해서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음을 알려 준다.

코로나 이후 10월 말까지의 평균은 소비지출이 80.9로 가장 많이 하락(-8.7포인트)했으며, 다음은 개인경제(-7.1포인트), 국가경제(-6.3포인트), 삶의 질(-5.8포인트)의 순이었다. 가장 비관적으로 변한 것이 소비지출이고 그 바로 뒤에 개인경제가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그 이상으로 소비지출 억제에 대한 걱정이 컸다. ‘쓸 돈이 없다’와 ‘쓸 곳이 없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벌이도 줄이지 않고 씀씀이도 유지하는 거리두기 묘책이 필요하다.

삶의 질은 어떻게 결정되나


국가경제, 개인경제, 소비지출, 삶의 질 등 4개 전망 간의 상관성 분석을 통해 코로나 전과 후의 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코로나 전 4개 전망지수 간의 상관계수 매트릭스표를 보면 6개 상관계수 중 .800 이상은 없었으며, 3개는 .600이상, 3개는 .500이하였다. 코로나 전까지 개인경제-국가경제-소비지출 간에는 유의한 상관이 있었으나 삶의 질은 이들과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삶의 질은 가족, 친구, 직무 등 사회적 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당연해 보인다.

코로나 후에는 이들과의 관계가 이전과 전혀 달랐다. 6개 상관계수 중 5개가 .800이상이었으며, 전부 다 코로나 전보다 높아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삶의 질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삶의 질은 다른 3개 전망과 .800이상의 상관으로 모두 .900이상인 개인경제와 함께 미래전망의 중심축으로 진입했다.

코로나 이전의 개인경제-국가경제-소비지출의 3각 구도는 해체되고, 삶의 질과 개인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4각구도로 재편됐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삶의 질을 판단하는 중심이 사회적 관계에서 경제 문제로 대체됐음을 보여준다.

삶의 질 의미 변화의 직접적 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고강도 거리두기는 개인경제에 대한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들고 삶의 질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는 경제활동과 소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고 모든 판단의 기준이 경제에 매몰되는 경제만능 심리를 자극한다.

이런 추세가 뉴노멀로 자리 잡는다면 경제 여건 외에도 원만한 대인관계나 취미생활 등 소소한 데서 행복을 찾고, 개인경제 이상으로 국가경제를 걱정하던 국민의 가치관은 옛 관습으로 남게 된다.
팬데믹도 막고 사회관계 중심적 삶의 질도 지키는 최적의 거리두기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주요 체감경제 전망지수와 상관관계 변화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주요 체감경제 전망지수와 상관관계 변화 /사진=컨슈머인사이트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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