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대한항공+아시아나’ 연착륙의 조건
또 2000% 넘는 부채비율을 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선 국제선 여객운송 회복이 무엇보다 관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트래블 버블 시행과 목적지 없는 여행 면세허용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을 통한 국민 신뢰도 제고도 급선무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상당시간 소요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44개국 127개 도시, 아시아나항공은 24개국 75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국가는 5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유럽연합(EU) 지역 간 독과점 이슈로 EU 경쟁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선 해외 기업결합심사 문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는 특정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으면 통과되는 게 통상적이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50여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국가가 1개의 대형항공사(FSC)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운수권, 슬롯 등 국가 간 협정을 통해 항공업 특성상 해외 결합심사가 불허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설명했다.
■여객수요 회복 시급…지원책 절실
하지만 항공업 실적에 직결되는 국제선 여객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국제선 운항은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록다운(입출국 제한)을 시행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각각 6만7249명, 4만8391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각각 166만5675명, 120만364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연속 흑자에 주요 요인이 됐던 화물부문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줄어든 규모다. 근본적 실적개선을 위해선 여객부문의 회복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트래블 버블, '목적지 없는 비행'의 면세 허용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한 국가 간에 맺는 협약으로, 체결 시 상호국가의 여행객은 별도 격리조치 없이 상대국을 여행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달 내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면 해외여행을 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내국인은 52.8%, 외국인은 72.2%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베트남, 대만, 홍콩 등 방역안전 국가들과 함께 트래블 버블과 관련 시기, 방역 체계 등을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 재확산세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도입에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틈새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목적지 없는 비행의 면세점 쇼핑 허용은 상대적으로 도입이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목적지 없는 비행은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탄 후 목적지 없이 상공을 돌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현재는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지만 정부는 항공업계와 면세업계 지원을 위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무착륙 해외관광 프로그램은 저희도 도입이 될 것 같고, 면세와 관련해선 부처 간 협의를 했다"며 "관계부처가 많이 협조해줘서 면세를 허용하는 방향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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