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관계 도중 청소년이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이를 묵살했다면 아동복지법상 성적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군인 A씨의 상고심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 혐의를 무죄를 본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미성년인 피해자 B양과 성관계를 하던 중 피해자가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그만하자”라고 했음에도 계속해 간음함으로써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2심은 △만 15세인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이는 점 △군 검찰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자체에 대해선 학대행위로 기소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했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췄는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만 15세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인다는 사정을 들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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