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광풍에 '버블' 가능성
칭화유니그룹 디폴트 선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삼성 따라잡기'를 위해 나섰던 반도체굴기가 잇단 실패 속에서 수십조원의 자금만 날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 반도체 육성정책에 편승해 너도나도 '묻지마' 식으로 부실·중복 투자한 탓에 퇴출기업이 속출하는 등 혼돈이 심화되고 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으나 중국 반도체업계 '버블'로 추가 손실도 예상된다.
칭화유니그룹 디폴트 선언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최초의 7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를 제작하겠다며 주목을 받았던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가 자금난과 공장 건설 지연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우한시 둥시후구 정부에 최근 인수됐다.
HSMC는 2017년 11월 설립 당시 1280억위안(약 21조4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중 7나노 생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중국 신생사의 7나노 생산은 자국의 반도체 기술이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중국 현지에선 HSMC가 '7나노 반도체'라는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 희박한 목표를 내세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맹목적 투자 열기가 이런 허점을 가렸다고 평가했다. HSMC가 이미 갖추고 있다는 14나노급 양산기술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중국 반도체 업체 투자금액은 올해 1~7월에만 600억위안(약 10조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금만 받고 폐업하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화이안더화이는 1억위안에 가까운 임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 올해 3월 사실상 회생을 포기했고,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 프로젝트 난징더커마는 지난 7월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청두거신은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한다며 100억달러(11조1700억원) 이상을 투자받기로 했으나 2년 만인 올해 5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마지막 직원을 내보냈다.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16일 만기인 채권 13억위안(약 2196억)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차이신은 지난해 말 기준 장쑤성, 쓰촨성, 충칭시, 푸젠성, 광둥성, 산둥성, 후난성, 간쑤성 등 중국 전역에서 총 1조7000억위안(약 290조원) 규모의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가 모두 50여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CMP가 사업자등록 웹사이트에서 '반도체'로 검색한 결과 올해 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1만4300개 이상 기업이 생성됐다. 1년 전 9883건에 비해 약 4417개가 늘었다. 중국 정부가 뒤늦게 반도체 투자 난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으나 이미 투자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투자 장려가 부실양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이다. 오히려 반도체 육성정책에 대한 수정이나 개선 없이 투자나 사업자만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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