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빨간색 바지는 우즈 영향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김세영(27·미래에셋)이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전까지 거두었던 통산 11승을 빨간색 바지와 합작했다. 그의 이름 앞에 '빨간색 바지의 마법사'라는 닉네임이 붙은 이유다.
우승 순간 바지가 아닌 치마를 입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인회계사 준비를 하고 있는 동생 세희(25)씨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LPGA투어가 중단됐을 때 국내에 들어와 있던 김세영은 모처럼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동생으로부터 메이크업과 코디를 한 수 지도 받은 것.
그리고 투어에 복귀하면서 과감하게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김세영은 "고작 화운데이션에 썬크림을 바르는 정도였는데 동생이 이제는 메이크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그 이후부터 안입던 치마도 입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그런 변화를 시도한 것이 싫지는 않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세영은 마지막날 만큼은 '레드' 컬러를 고집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지난 8월 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마지막날 검은색 치마를 입고 나갔다가 낭패를 봤다. 3타차 단독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으나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기 때문이다.
김세영의 마지막날 빨간색 바지 드레스 코드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영향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회를 마친 뒤 김세영은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열네 살 때 한국 아마추어 대회부터 빨간색 옷을 입기 시작했다"면서 "우즈를 따라 한 것이다. 다만 우즈는 마지막 날 빨간색 티셔츠를 입지만 나는 바지를 입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고 답했다.
한편 김세영은 "이번 우승이 메이저대회 우승 직후에 한 것이라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9번홀을 마치고나서 감이 좋지 않아 조금 불안했다. 마지막날 그런 흐름이면 힘들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2위와 타수 차이가 다시 벌어지면서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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