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안산 원곡성당 인근서
낯선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
낯선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
23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유리씨(40·당시 11세)는 1991년 8월 5일 월요일 안산시 단원구 원곡성당 인근에서 실종됐다.
당시 시골에서 친할머니와 지내던 첫째 딸 유리양은 방학을 맞아 아버지 정씨와 어머니가 사는 안산을 방문했다. 정씨는 "시골에서 유리도 올라왔고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사는 것이 바빠 자주 왕래를 하지 못했던 고모님 댁을 방문한 날이었다"며 "그날 유리가 아이들과 집 안팎을 오가며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언니를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끌고 갔다'고 소리치며 집으로 들어왔다"고 그날의 상황을 떠올렸다. 얘기를 듣고 혼비백산이 된 정씨는 그날 밤이 새도록 "유리야 유리야"를 외치며 골목을 뒤졌지만 아이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후 생업을 뒤로 하고 정씨는 딸을 찾기 위해 집장촌을 비롯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매년 4만장에서 많게는 5만장의 전단지를 돌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전단지를 한 장도 뿌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유리양이 실종된 장소는 재개발 공사마저 시작돼 아파트 공사장으로 변해버리면서 정씨의 마음은 또 한번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씨는 "우리나라에는 유리뿐만 아니라 장기실종 아동이 너무 많다. 그런데 지금 그 부모들이 한 분씩 세상을 뜨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자식을 애끓는 심정으로 찾고 있는 우리 부모들은 자식을 한번이라도 만나서 따뜻한 밥 한 그릇하고 싶고 손의 온기를 한번 느껴보고 싶고 그런 심정인데, 정부에서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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