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경우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해 70%가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족보건협회는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앞두고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대회의실에서 '디셈버퍼스트' 행사를 갖고 '2020 청소년 HIV/AIDS 인식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26일 대구시 약사회관에서도 개최된다.
서정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 발생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대의 감염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감염자의 99.8%는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고, 남자 감염자의 56.7%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전국 중·고생 2만222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매년 발생하는 신규 HIV/AIDS 감염자의 91.8%(최근 5년 평균)가 남성임을 알고 있나'는 질문에 79.5%는 '몰랐다', 20.3%만이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국내 10~20대 연령층에서 HIV/AIDS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나'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79.4%는 '몰랐다'고 답했다. '알고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20.4%에 그쳤다. 특히 '국내 10대 HIV/AIDS 감염자의 92.9%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임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82.3%나 '몰랐다'고 답했다. '국내 HIV/AIDS 감염 전파 경로의 99%가 성접촉(성관계)임을 알고 있나'는 질문에선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57.6%로 나타났다.
청소년 대부분이 HIV와 에이즈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에는 교육 부재가 원인으로 꼽혔다. HIV와 에이즈 관련 내용의 교육 경험 유무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0.1%는 교육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29.5%였다.
전 세계에서 에이즈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 반면, 한국에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40세 이하의 젊은 남성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은성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는 "유엔 등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는 HIV 감염에 있어 남성 간 성관계가 주된 원인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 질병관리청에서는 이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다"며 "젊은 남성들에게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HIV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남성 간 성관계가 가장 위험한 전파 경로이며 콘돔은 만능예방책이 아님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도 "보건당국과 교육기관, 언론 등은 다음세대에 정확한 에이즈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관했으며 대구광역시약사회,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한국청소년보호연맹 광주지부가 공동 주최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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