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낙태 부분합법 개정안 '속전속결'···논란 여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12:33

수정 2020.11.30 12:48

30일 문재인 대통령 재가 앞둬
국회에선 한달 이상 심의, 의결
연내 처리 앞두고 반대의견 높아
[파이낸셜뉴스]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중기인 24주까지도 특정 사유를 갖추면 허용하는 법안이 대통령 재가를 앞두고 있다. 재가 뒤 법안은 국회에 제출돼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이르면 2개월 내에 한국은 낙태 합법화 국가가 된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올해 말까지 법안을 개정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법 개정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정부가 낙태죄 부분폐지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반대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fnDB
정부가 낙태죄 부분폐지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반대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fnDB

■한국, 낙태 합법화 국가 될까
30일 국회에 따르면 임신기간에 따라 낙태를 전면 또는 일부 허용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이르면 이주 국회로 넘어온다.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은 입법예고된 내용 그대로 통과됐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재가만 떨어지면 바로 제출할 예정이다.

국무회의에 앞서 40일 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참여입법센터에 7293건의 시민 의견이 쇄도했지만 추가적으로 반영된 내용은 없었다. 입법예고 이후 국무회의 심의까지 최장 65일이 소요될 수 있지만 정부는 단 8일만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의지에도 개정안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법안은 낙태를 임신 14주까진 전면 허용하고 그 뒤부터 24주까진 강간이나 근친 간 성행위로 인한 임신, 임부의 건강상 문제 등이 있을 경우 허용한다.

사회적·경제적 이유도 고려대상이다. 임부가 모자보건법에 따른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이 시간 동안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낙태를 할 수 있다. 사실상 24주까진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다.

낙태에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법안엔 비판적인 의견을 낸다. 다만 온도차는 크다.

정부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들은 낙태가 일부 허용된 점은 반기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낙태죄를 아예 폐지하지 않아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낙태죄를 위법하다고 규정했음에도 임신 기간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하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하고 △낙태를 했다고 처벌하는 게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낙태를 합법화한다고 실제 낙태가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지난달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며 “사문화된 낙태죄를 부활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변회 의견을 받은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정부에 반대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지난 8월 낙태죄가 전면폐지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위원회는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전면폐지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에 따르지 않았다.

태아의 생명권과 생명존중 문화를 위해 낙태죄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fnDB
태아의 생명권과 생명존중 문화를 위해 낙태죄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fnDB

■낙태죄 유지 의견도 만만찮아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은 사실상 양성화 시도라고 규탄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며, 임부가 낙태를 하는 게 사실상 인격을 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간 등 범죄로 생긴 아이거나 기형이 있는 사례가 아님에도 낙태를 허용하는 건 비윤리적이란 주장이 많다.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는 게 사실상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낙태를 허용할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지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낙태를 법으로 보장하면 낙태를 쉽게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거란 우려도 있다.

현행법은 태아가 기형아라고 할지라도 산모나 배우자가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 등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이유로 낙태수술을 하는 건 범죄다.

종교계에선 기본적으론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낙태죄 완전 폐지 강력반대' 등의 성명을 내온 가톨릭 내부에서조차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개혁적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계가 주도한 '천주교 신자×낙태죄 폐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 신자만 1000명이 넘는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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