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로 되돌아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6 13:00

수정 2020.11.26 12:59

KAIST 조광현 교수팀, 노화 관련된 핵심물질 발견
세포·인공피부 실험서 섬유아세포가 재생능력 회복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연구결과로 화장품 개발 진행
거꾸로 가는 시계. 게티이미지 제공
거꾸로 가는 시계.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2008년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서 주인공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젊어진다. 현실 세계에서도 시간을 거슬러 다시 젊어질 수는 없을까.

국내 연구진이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노화 현상을 막고 각종 노인성 질환을 사전 막을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도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이 노화된 인간 피부의 섬유아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과 함께 최초로 개발한 노화 인공피부 모델을 이용해 이 기술을 입증했다.


조광현 교수는 "건강 수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데 한 걸음 다가선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진은 4년에 걸친 연구 끝에 노화조절의 핵심 원인물질 'PDK1'을 찾아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물질은 단백질 합성과 세포의 성장 등을 조절하는 단백질 'mTOR',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생성에 관여하는 'NF-kB'를 동시에 제어한다.

세포와 노화 인공피부 모델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핵심 원인물질을 억제하자 노화된 진피 섬유아세포가 다시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아왔다. 노화 인공피부에서 콜라겐 합성이 증가했고 재생능력이 회복됐다. 즉 젊은 피부조직의 특성을 되찾은 것이다.

KAIST 조광현 교수팀이 노화된 인간 진피섬유아세포로 만들어진 3D 인공피부 모델에 PDK1 단백질 저해제 'BX795'를 첨가하자 정상적인 젊은 피부의 형태와 기능을 회복했다. 사진 왼쪽은 젊은 피부, 가운데는 인공 노화피부, 오른쪽은 PDK1 단백질 저해제 'BX795'를 첨가한 인공 노화피부. KAIST 제공
KAIST 조광현 교수팀이 노화된 인간 진피섬유아세포로 만들어진 3D 인공피부 모델에 PDK1 단백질 저해제 'BX795'를 첨가하자 정상적인 젊은 피부의 형태와 기능을 회복했다. 사진 왼쪽은 젊은 피부, 가운데는 인공 노화피부, 오른쪽은 PDK1 단백질 저해제 'BX795'를 첨가한 인공 노화피부. KAIST 제공
연구진은 이 역 노화 기술이 노화된 피부 등을 포함한 노화 현상과 많은 노인성 질환의 발생을 미리 억제할 수 있도록 근본적 치료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로 동백추출물에서 PDK1 억제 성분을 추출해 노화된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는 화장품을 개발중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위해 피부 속 섬유아세포의 세포노화 신호전달 네트워크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분석한 결과 노화된 섬유아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핵심 원인물질을 찾아냈다.

한편 연구진은 지난 1월 같은 기술로 대장암세포를 다시 정상 대장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에 성공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안수균 박사과정 학생, 강준수 연구원, 이수범 연구원과 ㈜아모레퍼시픽의 바이오사이언스랩이 참여해 국제저명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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