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반자살 아닌 살인" '동반자살' 명칭 개정 목소리 커진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06:00

수정 2020.11.30 06:00

자녀=소유물이라는 인식...독립적 개체로 인정 필요
비속살해 가중처벌 요구..“사회안전망 구축도 시급”

동반자살의 정확한 명칭은 '살해 후 자살'이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개별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 사진=뉴시스
동반자살의 정확한 명칭은 '살해 후 자살'이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개별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 지난 6일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일한 생존자는 43세 가장. 아내와 자녀 둘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결국 목숨은 건졌다. 깨어난 가장은 “빚 때문에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고 실토했다.

#2 지난 2018년 8월 옥천에서 자신의 아내와 당시 8·9·10살짜리 세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한 40대 가장도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났다.
그는 7억원대 ‘빚 독촉’을 동반자살의 이유로 내세웠다.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행위에 붙는 '동반자살’이라는 명칭을 '살해 후 자살’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족과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살아남은 살인자들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동반자살을 언급하면서다.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는 지난 2017년 '비속살해 양형에 대한 비판적 분석' 논문에서 그 원인을 유교적 가족주의로 꼽았다.

가해자인 부모와 피해자인 자식을 운명공동체로 상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법적 판단에까지 작용해 생활고 등이 감형 사유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자녀를 ‘독립적 개체’가 아닌 ‘소유물’로 보는 인식이 저변에 있다”며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자녀의 경제적 처지를 미루어 비관해 그들의 생명을 거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형법은 비속살해를 일반살인죄와 같은 선상에서 처벌한다. 가중처벌 조항은 없다.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 표시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부족한 형량이다.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존속살해에 비해 가볍게 본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나 통계청 등 어떤 기관도 '살해 후 자살'은 구분해 집계하지 않는다. 그마나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언론 보도된 사건을 종합한 25건이라는 수치 정도가 있다.

이에 곽 교수는 “비속살해에 대한 가중 처벌은 필요하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개별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가장의 실패가 곧 가정의 실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비속살해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 동시에 가장의 경제적 실패가 가정의 실패로 직결되지 않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 사진=뉴스1
비속살해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
동시에 가장의 경제적 실패가 가정의 실패로 직결되지 않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 사진=뉴스1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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