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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팩트체크]상속세 때문에 경영권 해외자본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1 16:18

수정 2020.12.01 16:18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l.11.20/뉴스1 /사진=뉴스1화상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l.11.20/뉴스1 /사진=뉴스1화상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속세 때문에 기업이 해외자본에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락앤락, 유니더스 등의 기업의 경영권이 모두 해외자본으로 넘어갔다고 발언했다. 이 주장은 2018년 10월 경제인총연합회에서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 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 자료에 포함돼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양 의원은 같은 날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대만의 세율 인하 사례를 들면서 상속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상속세 때문에 해외자본으로 넘어갔다? 절반의 사실

언급된 기업들(락앤락, 유니더스, 농우바이오, 쓰리세븐)은 창업주 별세 등 특정 시기에 지분 매각을 경험했지만 상속세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상속세 때문에 해외자본으로 넘어갔다'는 발언은 절반의 사실이다.

쓰리세븐 창업 일가는 2008년 고 김형규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중외홀딩스에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하지만 창업 일가는 매각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했고 1년 뒤 매각 지분을 회복해 대주주로 복귀했다. 경총은 '매각 이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흑자를 기록했다.

락앤락의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2017년 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지분 63%를 매각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상속세와 전혀 관련 없다고 밝혔다. 39년간 경영하면서 건강에 무리가 왔으며, 새로운 대주주를 찾는 것이 기업의 비전을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농우바이오는 고희선 회장 별세 이후 농협경제지주에 지분을 매각했다. 3000억 원의 매각 대금 중 상속세는 12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해외자본에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상속세 마련을 위해 경영권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더스는 2017년 창업주 고 김덕성 회장 별세 이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하지만 유니더스 임원은 상속세 뿐 아니라 원재료 값 인상과 수출 부진 등의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창업 일가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 했지만 10년 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포기했다.

■ 양향자 의원실, "상속세 과도한 지 논의해봐야 할 시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TF 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양향자 의원 초청 제3차 노동인력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TF 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양향자 의원 초청 제3차 노동인력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양향자 의원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속을 위한 보유 지분 매각'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언급된 기업들이 해외 자본에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상속세를 내야하는 시점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쓰리세븐과 농우바이오 등 기업은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

의원실은 금기시된 상속세 논의가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직접 따져보고 다양한 의견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속세를 내리자거나 없애자거나' 같이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지금의 상속세가 합당한지 논의하기 위해 국회 예산정책처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 '상속세 과도하다?', 찬반 논란 이어져와


기업 총수의 부고가 있을 때마다 상속세가 과도해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경제인총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단체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무리하게 지문을 매각하는 행위가 경영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최대일 때 60%에 달해 OECD 국가들 사이에서 1위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25%다. 한경연은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징벌적인 상속세는 경영권 승계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기업가 정신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상속세를 OECD 평균인 25%까지 낮추고 최대주주할증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식가격이 포함돼기 때문에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한 자산을 처분할 때 보유한 동안의 자본이득만을 계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이다.

이에 반해 참여연대는 상위 1%가 전체 자산 25%를 차지하는 등의 자산불평등 상황과 상대적으로 낮은 실효세율을 들어 상속세가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2019년 5월 '상속세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 리포트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세는 만들어진 때 소득세의 보완적인 성격으로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OECD 평균인 8.5%의 절반 수준인 4.3%이고 소득세와 상속세의 합산 비율은 17.6%로 OECD 평균 24.3%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상속세의 명목세율은 60%이지만 그 중 실제로 부담하는 비중인 담세율은 16.7%, 과세표준 대비 부담하는 비중인 실효세율은 28.6%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oo@fnnews.com 최중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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