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제단체'맏형자리' 놓고 물밑 경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18:14

수정 2020.11.30 18:14

전경련 위상 추락 이후
대한상의, 대화 창구 역할
재계 "중기에 더 무게 아쉽다"
경총, 인재 확보 등 변신 시도
경제단체 맏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이후 재계 대표 경제단체 자리는 몇 년간 무주공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해 당정과 경제계 간 대화 창구 역할을 해왔으나 대기업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 이 틈을 타 노사 이슈를 전담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목소리를 높이며 경제단체 맏형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1월 30일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상의 직원은 262명이며 이 중 29명을 박사급으로 포진시켜 조직 규모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의는 지난 2018년 민간 싱크탱크인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를 설립하면서 박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최근 상의를 보는 재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해 상의가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단체라면 먼저 반대를 외치고, 협상 과정에서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의는 처음부터 수정·보완 카드로 한 수 접었다"며 "상대적으로 친정부 성향이 반영된 데다 중소기업의 입장에 무게가 더 실릴 수밖에 없는 이해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요구가 지속되자 만년 3등이었던 경총이 변신을 시도하고 나섰다. 경총은 2018년 손경식 회장이 취임하고 올해 연임을 이어가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경총은 전체 93명의 임직원 가운데 현재 5명 정도가 박사급이다. 지난해 경제조사 및 정책 분야 박사를 처음 채용한 경총은 빠른 속도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에도 수명의 박사급 인재를 추가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반의 이슈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폭넓게 내겠다는 손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경총 관계자는 "손 회장은 8년 동안(2005~2013년) 상의 회장도 지냈다"면서 "지금이 도약의 적기로 판단하고, 경험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단체의 지각변동은 전경련의 추락에서 시작됐다. 한때 250여명에 달했던 전경련 및 유관기관 임직원 수는 현재 약 8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조사, 연구 등 고급인력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옛 영광을 찾기 위한 역량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전경련은 민간 경제외교와 싱크탱크 기능에 집중하면서 역할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일본에 새 정권이 들어선 가운데 전경련의 강점인 해외 네트워크가 탈출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 수장들이 잇따라 교체되는 내년 상반기는 또다른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월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김영주 한국무엽협회 회장이, 3월에는 박용만 상의 회장의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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