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승계 1위 후미히토 왕세제의 맏딸
상대남 모친의 '빚투' 논란 등으로 연기한 결혼
3년 만에 재추진...부친 "결코 기뻐할 상황 아냐"
상대남 모친의 '빚투' 논란 등으로 연기한 결혼
3년 만에 재추진...부친 "결코 기뻐할 상황 아냐"
【도쿄=조은효 특파원】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딸인 마코 공주(29)의 결혼 문제가 일본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결혼식 날짜까지 정했다가 결혼 상대방 어머니의 '빚투 논란'으로 3년 가까이 미뤄온 결혼식이 결국 치뤄질 모양새다.
마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차기 일왕 승계 1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의 맏딸이다. 동시에 아키히토 상왕의 맏손주다.
마코 공주의 결혼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017년 9월이다. 상대는 국제기독교대(ICU) 동기인 고무로 게이(29)다. 당시 일본 궁내청은 이들의 약혼 계획을 알리며 이듬해 11월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며 공표했다.
마코 공주는 영국 레스터대학 유학 후 도쿄대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었고, 고무로는 도쿄의 로펌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일본의 언론매체들은 2005년 이후 10여 년 만의 일왕가의 결혼식 소식을 연일 톱 뉴스로 다뤘다. '공주와 평범한 회사원'의 결혼은 '소박한 로맨스'로 승화됐고, 급기야 일왕가의 결혼식이 웨딩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어 약 1000억엔(약 1조1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까지 잇따랐다.
고무로는 자신의 어머니가 전 약혼자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고 2년 전 파혼하며 돈을 갚겠다고 했지만 상대 남성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모친의 전 약혼자가 약 1년이 지나서 다시 변상을 요구한 것이며, "어머니는 금전적 문제가 모두 끝난 일이라고 이해해 왔다. 앞으로 (어머니) 전 약혼자로부터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일본 궁내청은 결혼식 연기 발표를 냈고, 공주의 부친인 후미히토 왕세제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고무로는 그길로 미국 로스쿨 유학길에 올랐고, 그로부터 다시 약 2년 반이 흘렀다.
지난 달 13일 마코 공주가 갑작스레 "결혼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소중히 지키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선택"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으며 다시 이들의 결혼 얘기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고무로를 향한 변함없는 마음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코 공주의 결혼 시기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로 각본가인 하시다 스가코(95)는 1일 자 아사히신문에 '홈드라마에 호기심'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일본 국민의 마코 공주 결혼에 대한 관심에 대해 "왠지 모두가 쓸데없이 참견하는 친척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마코 공주는 결혼과 동시에 왕족의 신분을 잃게 된다. 왕실전범에 따라 대신 품위 유지 비용을 일시에 지급받게 된다.
일시금은 왕족으로 생활할 때 국가에서 연간 받게 되는 돈의 10배 이내를 지급하며 과세는 하지 않는다. 마코 공주는 올해 1525만엔(약 1억6200만원)을 받았으며, 일시금은 최대 1억5250만엔(약 16억2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왕족 여성이 결혼 후에도 왕실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특별직 공무원으로 대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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