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위 회부를 단행하고, 윤 총장은 추 장관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처음 보는 풍경이겠는가. 아마도 세계 역사상 초유일 것이다. 윤 총장 징계 내용의 적절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른 절차적 문제점만은 분명하다. 숱한 하자가 있지만 결정적 장면은 감찰과 징계의 문제다. 감찰은 수사에 해당하고, 징계위 회부는 기소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사건에서도 충분한 수사가 있어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수사(감찰)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소부터 한 후 소명은 법정(징계위)에서 하라고 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감찰 사유와 징계 사유의 괴리도 결정적 하자이다. 윤 총장 감찰 사유는 옵티머스 사건, 검언유착 사건 등에서 업무소홀과 측근 감싸기 등이었다. 판사사찰 의혹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징계 사유에 들어간 것이다. 수사할 때는 사기죄였는데 기소할 때는 살인죄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어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한 7인의 감찰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직무배제는 부적절하다"고 뜻을 모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윤 총장에게 징계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고,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이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라는 것이다. 3명의 위원들은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고 더 강한 소수 의견을 냈다. 같은 날 윤 총장의 직무배제 효력 정지 신청을 용인한 법원의 결정도 마찬가지 취지다. 이제 공은 추 장관에게 넘어갔다. 자신이 임명한 감찰위원들과 사찰 피해자(?)인 판사들을 적폐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징계위를 강행해 결과를 내놓아도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 총장 측의 기일 연기 신청을 수용하고 증거자료도 제공해야 한다. 흉악범 처벌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임은 법률가들이 잘 알지 않는가. 징계처분 효력정지 신청 등으로 또다시 장관과 총장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우스운 꼴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얽힌 실타래는 처음부터 매듭을 풀어야 마땅하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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