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이하 38·롯데), 오승환(삼성), 김태균(전 한화), 정근우(전 LG), 그리고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야구팬들을 설레게 만든 이름들이다. 하지만 김태균, 정근우는 그라운드를 떠났고, 이대호는 엉뚱한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추신수는 새롭게 FA 자격을 얻었지만 선수 생활 연장이 불투명하다. 오승환 혼자만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 82년생들은 비슷한 제목의 소설 탓인지 왠지 애틋하다. 82년생 야구천재들의 2020년 겨울을 들여다본다.
이대호는 올해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었다. 지난달 30일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선수협에 전했다. 얼마 후 이대호가 회장으로 있으면서 판공비를 두 배로 올렸고, 이를 개인 구좌로 받아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만 둔 시점도 미묘하고,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4년 150억원)의 처신으로는 입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대호는 올해 타율 0.292, 홈런 20개, 110타점을 기록했다. FA 계약에 영향을 줄 대형 악재는 아니지만 ‘조선의 4번 타자’ 명예에 금이 간 것은 피할 수 없다.
김태균은 은퇴식 없이 서둘러 그라운드를 떠났다. 18시즌을 원 팀 한화(2010년과 2011년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뛴 선수의 마지막치고는 당혹스러웠다. 김태균은 2000번 이상 경기에 나서 통산 2209개 안타를 때려냈다.
정근우는 지난달 2일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연장 13회 대주자로 기용됐다. 16년 프로야구의 마지막 장면치고는 짠했다. 2000년대 SK 왕조의 기둥이었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었음을 감안하면 씁쓸한 대우였다. 정근우는 세 차례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해외파 추신수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36, 홈런 5개, 타점 13개. 지명타자로 활용할 39세(내년) 선수를 이 정도 성적에도 불구하고 데려갈 팀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82년생 천재들도 예외 없이 세월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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