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응원부대 사라진 ‘고요한 시험장'… 초유의 마스크 수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3 18:21

수정 2020.12.03 19:34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고에서 안내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험생들이 발열체크를 하며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고에서 안내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험생들이 발열체크를 하며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로 등교도 제대로 못하고 학원도 못 보내서 올해는 집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가 중요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수 안 하고 공부한 만큼만 (시험)보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학부모 김태완씨)

2021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수능시험장 앞은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후배들의 응원은 아예 없었고, 가족들의 환송도 드물었다. 운동장에서는 체온을 재고 소독을 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한창이었다.

■응원금지…'고요한 수능'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단체응원 등이 금지된 만큼 시험장 분위기가 차분해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부모들이 몰려와 가득 메웠을 교문 앞도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각하는 수험생도 예년보다 적었다.

시험장인 서울 등촌로 영일고 관계자는 "예전엔 애매하게 와도 막 들어갈 수 있고 그랬는데, 이제 코로나 때문에 절차도 있어 늦은 수험생들은 입실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서울 사직로 대신고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이날 학교 앞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수험생들이 긴장감이 역력한 눈빛으로 학교에 들어섰다. 학부모와 함께 수험장을 찾은 학생들은 서로 손을 꼭 잡거나 격려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응원부대'가 사라진 수험장 앞은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매년 수능시험일에 시계와 사인펜을 판매해왔다는 70대 변모씨는 "10년 넘게 수능날 시계를 팔아왔지만 이런 수능은 처음"이라며 "응원하는 학생들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고생했어" 시험장 못 떠난 학부모들

코로나19로 '조용한 수능'이 이어졌지만, 학부모의 걱정은 한결같았다. 일부 학부모는 입실 시간이 끝난 오전 8시10분 이후에도 한동안 시험장 앞을 떠나지 못했다.

특히 시험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 시험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경기 성남 수정구 고사장 앞에서 한 학부모는 "추운 날씨에 환기도 수시로 한다고 하고, 마스크와 칸막이 등 방해요소가 많아 마음이 더욱이 편치 않다"며 "감염도 조심해야 할 텐데, 전쟁터에 보내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에게 '시험을 잘 보라'는 당부보다는 '고생했다'는 말을 남겼다.
영일고등학교에서 교문을 지켜보던 조모씨는 "코로나19로 밖에 많이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가 혼자 공부하느라 정말 고생했다"며 "시험 못 봐도 마음 안 다치고 집에 잘 들어와서 함께 식사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김문희 김성호 윤홍집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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