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사건의 재구성] 성기절단 남편 "죗값이라 생각" 고개숙인 이유는?

뉴스1

입력 2020.12.05 07:01

수정 2020.12.05 16:49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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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남편은 자신의 성기와 손목을 절단한 아내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남편은 '아내를 홀대한 죗값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반성하며 살겠다'는 말을 전했다.

죄수복을 입은 채로 남편의 탄원서 내용을 들은 아내는 "진작 좀 그러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편 성기절단 사건의 이야기다. 피고는 아내 윤모씨(69)다.
그는 지난 6월1일 오후 남편이자 피해자인 A씨(70)에게 수면제 5알을 줬다. 알약은 먹은 A씨는 방에서 잠들었다.

남편이 잠든 것을 확인한 윤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남편의 성기와 오른손을 절단했다.

윤씨는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진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윤씨를 체포했고, 윤씨는 특수중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남편 A씨는 출혈이 많았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윤씨는 왜 이같은 일을 저질렀을까. 재판과정에서 윤씨와 남편 A씨는 이혼한 채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결혼생활에서 남편 A씨의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27일 열린 1차 공판기일에서 윤씨는 "말도 없이 주먹이 먼저 날아왔다. 툭 하면 폭행을 일삼아서 2년 전 접근금지 신청을 했다. 맞고 살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참자는 마음이었는데, 이혼 후에도 계속 맞으며 살았다"고도 했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인정했다. 이날 공판에서 남편은 아내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아내를 홀대한 죗값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반성하며 살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의 탄원서 내용을 확인한 윤씨는 눈물을 흘리며 "진작 좀 그러지"라고 남편을 원망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윤씨의 사연을 들은 재판부는 고민에 빠졌다. 예정했던 선고도 한차례 연기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최상수 판사 심리로 지난 10월2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최 판사는 "(피고인의) 기록을 검토했는데 형을 정하는 것이 고민된다. 자료를 조금 더 검토하기 위해 선고를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고민 끝에 윤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난 1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최 판사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 진술 등 관련 증거들을 살펴보면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이혼 이후 사실상 부부관계를 이어간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영구 절단되는 상태에 이른 만큼 그 범행 방법이 잔혹하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불구에 이르게 한 범행 의도와 수면제를 준비한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이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점,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한 점, 피고인이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전했다.

징역 3년의 선고가 내려지는 날, 그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죽을 죄를 지었다"고 흐느끼며 눈물을 쏟아냈다. 앞선 재판에서도 윤씨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긴장한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성기와 손을 절단한 여성으로 보긴 힘들었다.

재판부는 이런 윤씨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선고하던 날, 최 판사는 법정을 떠다는 윤씨에게 "피고인이 수감 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마음과 가족관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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