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나올까봐 시멘트 덮어" 익산 원룸 살인 ‘죽어서 끝났다'

세탁실에 장애인 가둬 살해, 결국 무기징역
1심 징역 30년형보다 무거운 처벌
사체유기 등 공범 2명도 형량 늘어

같이 살던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 뒤 야산에 암매장한 피의자들이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군산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익산=김도우 기자】 지적장애 여성을 유인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세탁실에 가두는 등 2달여간 괴롭히다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일당에게 항소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9일 살인, 공동상해, 시신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일당의 주범 A(28·남)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성매매교사, 특수상해, 감금, 사체유기 등 무려 15가지나 됐다. 범행에 가담한 B(30·남)씨도 징역 20년에서 25년으로, C(35·여)씨도 징역 7년에서 8년으로 형량이 늘어났다.

20-30대 7명 10평에서 함께 생활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A씨와 D씨(사망 당시 20·여 지적장애 3급) 등 20-30대 남녀 7명은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함께 살았다.

대구에서 가출생활을 하던 D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A씨를 알게 됐고 지난해 6월 이들 무리에 합류했다.

당시 D씨는 조건 만남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A씨 유혹에 넘어가 전북 익산까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D씨와 접촉한 성매수남이 A씨에게 SNS로 “당신의 전화번호와 차량번호를 알고 있다”며 연락을 해온 시점부터 폭행이 이어졌다.

함께 살던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 뒤 야산에 암매장한 피의자가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군산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2019.9.18/뉴스1

빙초산을 뿌려 화상 입히는 등 잔인한 범행

토치에 불을 붙인 뒤 화상을 입히고, 미용가위로 찌르고, 라이터로 머리카락을 태우기도 했다. 빙초산을 뿌려 화상을 입히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폭행했다.

세탁실에 가둔 뒤 음식과 물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에도 폭행은 계속됐고, 심지어 물고문까지 했다. A씨 등은 D씨를 강제 추행도 저질렀다.

D씨가 숨진 당일에도 지저분하고 냄새 난다는 이유로 심하게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8월 18일 이들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범행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었다"

이들은 D씨의 시신을 경남 거창군의 야산에 시신을 묻었으며 이튿날 비가 내리자 시신이 지표면으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시멘트로 덮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원룸으로 유인, 성매수남과 성관계를 맺게 하고 대금을 빼앗는 방법으로 성 착취를 했다”며 “성 매수자가 피고인들의 신상정보를 알게 되자 피해자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세탁실에 감금해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온갖 도구를 이용해 행한 특수상해의 범행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었다”며 “살인 이후에도 야산에 시신을 매장, 은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피해자의 시신 암매장을 공범들에게 제안하고도 그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B씨와 C씨도 피해자 폭행, 성매매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 이런 요건들을 종합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숨진 피해자를 암매장하고 시신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시멘트와 자갈을 섞어 매장함 점,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점, 재범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e-mail]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