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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용연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9 18:00

수정 2020.12.09 18:00

최근 태국에서 발견된 무게 100kg짜리 용연향. 페이스북 캡쳐
최근 태국에서 발견된 무게 100kg짜리 용연향. 페이스북 캡쳐
중국 황제의 전유물로 여겨진 용연향(龍涎香)은 글자 그대로 용의 침으로 만든 향이란 뜻이다. 100여종에 이르는 고래 중 오로지 향유고래로부터 얻는다. 사향, 침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유명하다. '샤넬 넘버5'와 같은 고급 향수의 재료로 쓰인다. 엄청난 향 보존력과 지속력을 자랑한다.


용연향은 번식기에 접어든 수컷 향유고래의 배설물로 알려져 있다. 주식으로 삼는 대왕오징어의 입 같은 딱딱하고 날카로운 물질로부터 내장을 보호하려고 토해낸 토사물이거나, 자연 배설물일 가능성이 높다. 검은색 배설물이 바다를 떠다니는 과정에서 햇빛과 소금에 의해 산화됐다. 오래될수록 누른색을 띤다. 오래되면 향이 좋고 가치가 높다. 주성분은 향기가 별로 없지만, 다른 향과 결합하면 향을 증폭시키면서 지속력을 갖는다. 1㎏에 3000만~4000만원을 호가한다.

최근 태국의 60대 어부가 무게 100㎏(35억원 상당)의 세계에서 가장 큰 용연향 덩어리를 줍는 횡재를 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용연향 덩어리 가운데 가장 크다. 2017년 발견된 60㎏짜리 용연향은 28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향에 집착한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 소설 '향수'는 향기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광기를 실감나게 그렸다. 2006년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로 영화화됐다. 소멸하지 않는 절대향을 만들려고 25명의 여성을 살해한 끔찍한 악마의 이야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의 실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인간으로부터 향을 추출하는 방법이 엽기적이다. 냉침법(冷浸法)은 사람의 몸에 동물기름을 발라서 향기를 흡착시킨 뒤 증류시켜 향기만 따로 분리하는 방법이다.
18세기 중엽 세계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와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를 무대로 향수제조의 특급비밀을 엿보게 한다. 산업혁명 시대 악취가 난무하는 도시에서 향수는 일종의 환각제였다.
그후로도 시대의 아픔을 망각케하는 특효약 역할을 했다. 그때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격퇴할 절대향기는 어디 없을까.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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