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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일상, 불안한 미래… ‘재테크’ ‘자기계발’로 몰렸다 [Weekend 문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1 04:00

수정 2020.12.11 09:38

2020 출판계 결산

교보문고 올해의 키워드는 P·A·U·S·E
‘팬데믹·나홀로·언택트· 주식·교육’ 관심사 떠올라
작년 에세이 열풍, 올해는 경제로
富 관련 서적 ‘더 해빙’ 판매 1위
집콕에 홈인테리어 책 등도 인기
멈춘 일상, 불안한 미래… ‘재테크’ ‘자기계발’로 몰렸다 [Weekend 문화]

전세계적인 혼란으로 모두가 잠시 멈춰야 했던 2020년. 어느 때보다 집 안에 홀로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비어있는 시간들을 인터넷과 동영상, 책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한 해였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와 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 등 국내 대형 서점들이 올 한해를 돌아보는 결산 자료들을 내놨다. 올 한 해 독자들은 어떤 책을 들춰봤을까. 3대 서점들은 올 한해 독자들이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속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과 재테크에 관심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집에서 미래를 준비한 독자들

교보문고는 올 한해 결산 키워드로 'PAUSE'를 내세웠다. '잠시 멈춘다'는 뜻을 갖고 있는 이 단어의 스펠링을 따 '팬데믹(Pandemic)', '나홀로(Alone)', '언택트(Untact)', '주식(Stock)', '교육(Education)'이 올 한해 독서 트렌드였다고 발표했다.

예스24도 교보문고와 비슷한 키워드 5가지를 내놨는데 각각 해시태그를 달아 '#위드코로나', '#홈스쿨링', '#재테크의시대', '#하이브리드교양', '#미디어셀러'라고 명명했다.
인터파크 역시 '코로나', '요즘책방', '부의기술', '집스토랑', '스크린셀러'를 꼽았다.

3사가 모두 맨앞에 내세운 키워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한 해, 인류가 몇 세기에 한 번 정도 겪을 법한 감염병 대유행은 코로나 관련 도서 등 과학도서의 판매를 늘렸고,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각 분야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는 책의 발간을 부추겼다. 예스24는 '코로나'를 제목이나 부제에 포함한 도서 출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부터 11월 말까지 총 285종의 도서가 출간됐으며, 이들 도서의 판매량이 15만2396부에 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를 키워드로 한 책이 가장 많이 출간된 분야는 경제·경영 부문으로 80종에 달했고, 사회·정치 부문과 종교 부문에서도 각각 54종과 35종의 책이 나왔다. 이밖에도 에세이와 건강·취미 분야가 각각 22종과 19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코로나'를 키워드로 한 도서가 발간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도서 판매도 두드러졌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추천됐던 도서들과 넷플릭스 등 OTT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토리 콘텐츠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교보문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된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독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출간 후 처음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며 "과거 미디어셀러를 만드는데 역할이 컸던 영화와 TV드라마만큼 성장한 OTT 플랫폼의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밖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인테리어, 요리 레시피 서적의 판매 역시 늘었다.

■3대 서점 최다 판매 도서 '더 해빙'

코로나19로 국가의 미래뿐 아니라 개인의 미래 또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독자들은 교육과 자기계발, 재테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인터파크는 "코로나19의 영향 중 하나로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타격을 받고 회사원들도 장기 경제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불안감 속에 출판가에서는 재테크와 자기계발 서적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하면서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붙은 주식 광풍이 수많은 ‘주린이’들을 탄생시켰고 공모주 청약 열기로 재테크 서적 가운데서도 주식 초보자들을 위한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3사 연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주로 자기계발과 재테크에 관련된 서적들이 다수 자리를 잡았다.
3대 서점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는 부와 행운에 대한 사례 및 성찰을 담은 '더 해빙'(사진)이 차지했다. 매출 2조원대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이 맨손에서 종잣돈을 만들고 돈을 불리는 75가지 방법을 소개한 책 ‘돈의 속성’은 교보문고에서 2위, 예스24에서 3위, 인터파크에서 3위를 차지했고,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장으로 불리며 방송에도 출연한 바 있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쓴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교보문고에서 6위, 예스24에서 4위, 인터파크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한편 손원평의 '아몬드’는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서적이 다수 상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소설로서 유일하게 순위 안에 들어 한국 문학의 자존심을 지켰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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