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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까지 '아파트줍줍' 밤샘 줄서기 "번호표값만 450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0 17:55

수정 2020.12.10 19:55

충남 당진 아파트 잔여가구
선착순 계약에 수백명 인파
규제지역 지정 따른 '풍선효과'
투자수요 몰려 소도시까지 들썩
"줄피는 오랜만이더라구요. 대기 10번대는 450만원, 20번대 350만원, 60~70번대 150만원에 팔렸습니다."

지난 5일 충남 당진시 '당진센트레빌 르네블루' 견본주택 앞에서 진행된 잔여세대 선착순 접수 현장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전날부터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몰려든 투자자들이 기다란 대기줄을 형성했다. 지난 달 청약을 마감한 이 단지는 정당계약 이후 남은 130여 가구에 대해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계약일 전날인 지난 4일 선착순 진행 문자를 발송한 직후 인파가 몰리면서 이틀간 3차례에 걸쳐 500여개의 번호표가 배포됐다. 현지에서는 일당 20만원에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번호표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한 투자자는 "500만~1000만원 프리미엄을 벌 수 있으니 줄피(청약 줄을 대신 서는 것에 대한 프리미엄)를 주고라도 번호표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잔여가구는 완판됐다.

비규제지역 풍선효과가 지방의 매매시장 뿐 아니라 청약시장까지 달구고 있다.
지방 대도시 뿐 아니라 5~10년간 오르지 않던 중소도시까지 들썩이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일 진행된 경북 경산시 중산동 '중산자이' 1순위 청약 결과 872가구 공급에 총 9만310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103.56 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1단지와 2단지로 나눠 청약이 진행된 가운데 41가구가 공급된 2단지 전용 96㎡의 경우 당해지역 청약에 8956명이 몰리며 경쟁률이 218.4대 1까지 치솟았다.

지난 달 9일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이 구미 원평동에 공급한 구미 아이파크 더샵 982가구 1순위 청약에도 1만8000여 명이 몰리면서 평균 청약경쟁률 18.9대1을 기록했다. 이는 구미지역 역대 최대치다.

지방 매매시장도 불이 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지방 아파트 거래량은 6만1564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6.01% 증가했다.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중소도시는 3만1362건으로 같은 기간 18.31%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를 높은 청약 경쟁률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당진, 포항, 공주, 계룡 등 지방 소도시까지 들썩이고 있다"며 "부동산 과열 말기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 등은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투자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전매제한이 없는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약 자격 제한이 덜한 비규제지역이라도 '묻지마 청약'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분양권의 경우 500만~1000만원 프리미엄만 건지고 빨리 되팔자는 식으로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때문에 입주가 가까워지면 매도가 어려워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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