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 "절차적 공정성, 어디 갔나"
'예정대로' 진행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사징계위원회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징계위원들은 '친여권' 인사로 구성됐고 윤 총장 측은 기피신청을 냈다. 기피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편법 논란도 제기됐다. 윤 총장 측의 기피신청 대상자들이 기피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가 하면 의결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회피시기를 조정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말로만 절차적 공정성?"
10일 열린 윤 총장 징계위에서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전날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징계위원으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참석했다.
징계위는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기일을 정하는 등 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윤 총장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도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전 과정을 녹음하자고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징계위는 징계기록 미공개부분에 대해선 이날 심의 진행 중에 특별변호인에게만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윤 총장 측은 "심의 중 열람만 허용해선 검토 및 관련 자료 확인 등 방어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 측의 요청이 연이어 기각되고 방어권 보장에 어려움을 겪자 징계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법조계는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절차적 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에 걸맞은 사상 초유의 징계위 구성"이라며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려고 절차적 공정성을 운운한 건가"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윤 총장은)그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 차관을 징계위원장으로 임명하지 말라고 한 문 대통령의 지시 역시 결국 보여주기식 공정이었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나왔다.
징계위원 구성부터 윤 총장 측의 기피신청, 그리고 징계위의 기피신청 기각까지 예상대로 흘러가면서 윤 총장 측의 향후 행보도 예상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징계위가 중징계를 의결하면 윤 총장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시나리오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행정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이 경우 직무배제 집행정지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단이 윤 총장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절차 위법' '판사 사찰' 등 쟁점
윤 총장 측과 징계위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절차와 징계위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윤 총장 측은 △징계기록 중 중요부분이 공개되지 않아 방어권이 침해됐고 △전날까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기피신청권이 침해됐으며 △징계청구권자로서 징계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의 직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모두 적법한 절차라고는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이날 윤 총장 측은 류 감찰관 '패싱 의혹'이 제기되는 등 감찰 절차 전반에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한데다 징계위 결정 이후에도 법원이 절차의 위법성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어 윤 총장 측은 절차 위반 문제를 철저히 활용할 것"이라며 "결국 추 장관과 징계위는 '완전무결'한 절차를 통해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 불법사찰 역시 최대 쟁점이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이 작성한 '주요 특수 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두고 윤 총장 측과 치열한 공방을 펼쳐왔다. 법무부는 대검이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 개인정보, 성향 자료를 수집해 활용했다며 '직무상 의무 위반'이란 입장이다. 윤 총장 측은 이에 공판 활동을 위한 업무용 참고자료일 뿐 '불법 사찰' 문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사찰 의혹 대응 안건이 상정됐으나 정치적 왜곡 우려로 격론 끝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 역시 징계위 이후에도 이어질 법정공방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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