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상식이다. 하지만 관련법을 아무리 찾아봐도 재판장이 특조위원의 배우자란 이유만으로 심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직접적 규정은 없었다. 그나마 유사한 게 형사소송법 24조였다. 24조에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검사나 피고인은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형소법 18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에는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할 때 해당 부장판사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기초조사에 관여한 배우자의 관련 사건을 배당받고도 회피를 요청하지 않은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본지 보도 이후 해당 부장판사는 결국 재판부 변경을 요청, 재배당이 됐다.
이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맡기 전 공개적으로 심증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억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공직자는 오해 살만한 행동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재판 절차에선 더욱 그렇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진행중이다. 징계위원은 판사 역할을 한다.
검사징계법에 당연히 규정된 기피신청 조항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 명단을 거부했다. 그러다 지난 10일 징계위 개최 당일 언론을 통해 징계위원 면면이 드러났다.
몇몇 위원들은 이미 노골적 심증을 드러냈다. 위원장 대행인 정한중 교수는 과거 윤 총장을 공개 비판해온 인물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국정감사 발언과 관련해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에 뛰어든다면 검사의 마지막 공직으로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하게 하는 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당연직 징계위원인 이용구 차관은 윤 총장의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신청을 두고 법무부 직원들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악수(나쁜 수)"라고 평가했다.
별건수사 못지않게 반인권적으로 평가받는 게 법원의 기교사법(재판할 때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법리를 끼워맞추는 것)이다. 기교사법이 가져올 폐해에 대한 징계위원 개개인의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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