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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등대' SW 국산화 눈앞…"공항 효율성 극대화"

노동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3 17:57

수정 2020.12.13 17:57

첨단 항공기지상유도관제시스템 만든 ATC시스템
독자 개발 ILCMS 기반으로
관제·감시·경로·안내 수행
'레이더 삼각법'방식으로
관제시스템을 3D 영상 구현
항공기 이착륙을 관제사 아닌
서버가 자동으로 컨트롤
'공항의 등대' SW 국산화 눈앞…"공항 효율성 극대화"
'공항의 등대' SW 국산화 눈앞…"공항 효율성 극대화"
ATC시스템은 독자 개발한 '항공등화 개별점소등 시스템(ILCMS)'을 바탕으로 외산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첨단 항공기지상유도관제시스템(A-SMGCS)' 기술의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최병관 ATC시스템 대표(사진)는 2012년 국내 공항 SMGCS 구축사업 당시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녹여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ATC시스템을 주목하는 이유다.

■기본기 탄탄한 인프라는 필수

ILCMS는 공항 전역에 설치된 항공등화 장비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통신하는 게 핵심이다. 통상 하나의 항공등화 장비는 정전류조정기(CCR)에서 트랜스포머(TR), 통신용단말기를 거쳐 램프에 신호를 보낸다. 이런 항공등화 장비가 목적에 따라 수천개에서 수만개씩 전력선으로 연결돼 운용된다. 문제는 전력선 기반 통신은 노이즈(고조파)에 의한 오작동 등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항공등화 장비에서는 특히 CCR과 TR에서 중점적으로 노이즈가 발생한다.
이에 ATC시스템은 CCR에 노이즈 필터를 장착해 노이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TR과 통신용단말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TR에서 나오는 노이즈 문제를 해결했다.

각 항공등화 장비를 연결하는 고압선에 흐르는 전기와 접지 간 쇼트로 케이블 손상이 누적되다가 결국 단락되기도 한다. 땅 속에 묻힌 고압선의 단락 여부를 땅 위에서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ATC시스템은 각각의 항공등화장비 사이 고압선에 전류값을 검출하는 측정기를 설치해 각 장비에 들어가는 전류값과 나오는 전류값의 차이를 감지해 단락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손쉬운 유지보수를 돕는다.

전력선 통신 특성상 항공등화 장비 개수가 많고 통신이 길어질수록 출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때 약해진 통신 신호를 재생시키는 리피트를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통신 데이터가 2배로 늘어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에는 출력이 떨어지는 구간을 임의로 예측해 특정 지점에 무조건 리피터를 설치했다면 ATC시스템은 리피트가 필요한 지점을 자동으로 인식해 수행하는 기능을 통신용단말기에 탑재했다. 리피트를 최소화해 중복되는 통신을 최소화하면서 마지막 장비까지 통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메인 서버 하나로 모든 기능을 다 구현한 탓에 중복되는 통신값이 많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TC시스템은 활주로 중심선등, 유도로 중심선등, 진입등, 터치다운등, 스톱바 등 각 기능별로 로컬 서버를 운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했다. 각 서버별로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되 메인 서버는 로컬 서버의 데이터를 취합하는 역할만 하도록 명령체계를 개선해 응답속도는 획기적으로 높이고 관리도 용이해졌다.

원격 펌웨어 업데이트 기능에서도 ATC시스템만의 노하우가 돋보인다. 기존에는 수천개 장비를 일일이 단말기와 연결해 업데이트하는 방식이었다. ATC시스템은 메인 서버에서 단말기에 통신을 내려보낼 때 상황에 따라 주파수 대역을 바꾸거나 기능을 추가시키는 등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원격으로 손쉽게 구현했다.

■'관제-감시-경로-안내'가 핵심

항공기지상유도관제시스템(SMGCS)은 ILCMS를 기반으로 △관제 △감시 △경로 △안내 4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라고 보면 된다. SMGCS의 핵심은 레이더 인터페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항 내 항공기, 차량 등 이동하는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서 SMGCS의 4가지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레이더는 기가헤르츠(㎓) 대역의 민감한 주파수를 주로 이용한다. 최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활주로에 여러 개의 센서를 설치해 항공기 위치를 30㎝ 오차로 찾아내는 다중측정 방식을 쓴다. 다만 모든 공항이 이를 따르지는 않기 때문에 단번에 SMGCS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ATC시스템은 이러한 공항의 경우 '레이더 삼각법'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최 대표는 이를 위해 활주로 양 끝단에 90도의 지향성 레이더를 설치하고 이에 직교하는 지상감시레이더를 설치해 삼각법으로 활주로 내 항공기와 차량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ATC시스템은 그동안 평면에 머물러 있던 관제시스템을 3D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최 대표에 따르면 3D 영상 기반 관제시스템은 전 세계 최초 사례다. 이를 통해 공항 내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물론 시설물 동작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항공기 시점에서의 화면도 구현할 수 있어 안전성 향상 측면에도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자동화로 공항운영 효율성 극대화

최종적으로 항공기 이착륙을 관제사가 아닌 서버가 자동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A-SMGCS라 할 만하다. 공항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경우 이착륙시간 10초를 단축하기 위해 10개나 되는 고속탈출로를 운영하고 있다. A-SMGCS는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최소한의 인프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공항이 꿈꾸는 미래이기도 하다.

매일 운행하는 항공기는 그날의 항공일지 스케줄을 따른다. 항공기 편명, 비행구간, 비행시간, 승무원 등 항공일지에 기재된 필수 항행정보를 서버에 입력해두면 A-SMGCS는 이착륙하는 항공기 간 가장 안전한 거리와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여기에 실시간 기상데이터 등을 결합해 최적화된 운용방안을 내놓는다. 관제사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판단만 내리면 되는 셈이다.
A-SMGCS는 결국 정확한 항공기 위치 파악 및 추적 시스템, 신뢰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 공항 운영 노하우 등이 결합된 총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항공등화부터 한 우물을 판 ATC시스템이 국내에서 A-SMGCS 구현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제대로 된 A-SMGCS를 구축하면 10초가 아니라 몇 분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공항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A-SMGCS가 당장 모든 사람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안전과 관련한 사람의 실수를 줄이고 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는 역할에 초점을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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