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아우성 나몰라라…'집단소송·징벌적손배' 속도내는 與

중대재해법 연내 마무리한 후
내년 3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
국민의힘, 입법 저지에 무기력

정부·여당이 내년 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규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경영활동에 초비상이 걸린 재계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이어 연일 기업을 겨냥한 징벌성 정책이 남발되면서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내년 3월 임시국회 처리 유력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증권 분야에 한정돼 있는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고, 징벌적손해제를 상법에 넣어 일반화 하는 개정안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두 법안은 내년 3월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징벌적손해제는 기업의 고의 혹은 중과실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두 가지 법안에 대해 기습적인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법무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법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재계는 우려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와 보수 일각에서 '기업규제3법'으로 부르는 공정경제3법과 노조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을 지난 9일 여당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과정에 재계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당의 공정경제3법 처리 강행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경제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가"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노조3법에 대해 "편향된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재계는 이에 이어 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까지 도입되면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이 입을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배제와 함께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묶어 '기업징벌3법'으로 칭하며 반발하고 있다.

■與 "차근차근 처리" 野 "토론 필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자의 사망·상해 등 중대재해 시 사업주와 기업인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 처리를 연내 마무리 하고 집단소송과 징벌적손배제에 입법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은 중대재해법 처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 집단소송·징벌적손배제도 도입을 위해서도 차근차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이전에 일찍이 추진했던 법안을 줄줄이 통과시키며 현안 과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반면 제1야당 국민의힘은 다양한 입장을 반영해 최종 법안을 만들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전망이다.

하지만 거대여당의 추진력 속 사실상 의견 반영이 어려운 무기력한 상황이다. 다만 필리버스터 등의 방법으로 끝까지 맞설 가능성이 있어 연말연초 입법전쟁이 예측된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제3법 등을 밀어붙이는 여당에 아직 집단소송제·징벌적손배제까지는 논의할 여력이 없었다"며 "토론의 장을 반드시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