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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편, 복수하는 아내… 일주일 내내 부부는 전쟁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4 18:27

수정 2020.12.14 18:27

TV 점령한 부부 잔혹극
불륜·납치 난무하는 SBS '펜트하우스'
자극적 전개 속 최고 시청률 25%
KBS '바람피면 죽는다'도 가세
TV조선 내달 임성한 작가 복귀작 예고
"막장 복수극, 작품성 실종" 지적도
KBS 2TV 드라마 '바람 피면 죽는다'
KBS 2TV 드라마 '바람 피면 죽는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여보, 지금 한 말 농담 아냐. 나 알지? 변사체로 발견되고 싶지 않으면 잘해. 사랑해."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범죄소설가 강여주(조여정)가 남편에게 남긴 영상 편지의 내용이다. 부부인가 원수인가? 요즘 드라마 속 부부관계가 살벌하다.

■1주일 내내, 부부는 전쟁중

장안의 화제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13회 순간 최고시청률이 25.2%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종영한 MBN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와 TV조선 토일드라마 '복수해라',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 등을 살펴보면 드라마 속 가정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불륜부터 중상모략, 납치, 살인미수까지 남편의 악행에 아내들은 공히 복수로 맞선다.
'펜트하우스'는 '막장 드라마의 대가' 김순옥 작가의 작품. '황후의 품격'의 주동민 PD와 김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해 높은 선정성과 시청률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100층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상류층 부부와 그들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를 무대로 애어른 할 것 없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과 납치, 부정을 일삼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심수련(이지아)과 주단태(엄기준) 부부의 관계는 출발부터 잘못됐다. 주단태는 정략결혼 대상이었던 심수련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걸 알게 되지만 상대를 제거하고 결혼한다. 그리고 심수련이 낳은 아이를 다른 아이와 뒤바꾸기까지 한다. 심수련은 남편의 모든 음모를 알고 복수에 나선다.

50대 여자가 가장 많이 시청하고 있는 '펜트하우스'는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이미 확정된 상태. 한정환 스튜디오S 대표는 앞서 "김순옥 작가가 할 말이 많아서 도저히 20회로 끝낼 수 없다고 한다"며 "깜짝 놀랄 일들이 일어나는데, (김 작가의 전작 '아내의 유혹'처럼) 점 찍고 돌아오는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공영방송인 KBS2가 흔히 다뤄온 드라마 소재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정색하고 복수에 나서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코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을 채택했다. '결혼 후 다른 이성과 외도할 경우, 본인의 신체 전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다'는 서약서를 받아낸 범죄소설가 아내와 이혼전문 변호사 남편의 이야기다.

■TV조선 '임성한 작가 복귀' 예고

채널A의 '애로부부'와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 같은 부부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몰이에 성공한 가운데, TV조선은 토일드라마 '복수해라'를 방영 중이다. 1인 미디어와 사적 복수를 결합한 이 드라마는 남편뿐만 아니라 약자를 짓밟는 강자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 '인플루언서' 강해라(김사랑)는 어린 아들 때문에 외도와 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12년간 참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불륜 스캔들이 남편의 계략임을 알고 남편의 불륜 현장을 포착, 이를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한다.

TV조선은 또 '막장 드라마'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의 5년만의 복귀작도 내년 1월 선보인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30~50대 세 여주인공에게 닥친 불행과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룰 예정. 최근 종영한 MBN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도 '부부 잔혹극'을 표방했다. 돈 때문에 지긋지긋한 아내와 이혼하지 못하다가 직장 동료와 공모해 아내를 해하려던 남편이 결국 아내의 반격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극적 수위 "위태로운 상황"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부 복수극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가족 간 복수는 과거에도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는데 케이블, 종편, 지상파까지 확대됐다"며 "최근엔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도 부부의 성 담론을 토크쇼로 만든다거나 이혼 부부에게 관찰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전반적으로 자극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가운데 도드라진 사례가 부부 복수극"이라며 "19금 콘텐츠라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나 한국의 '부부의 세계' '스카이 캐슬'처럼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19금의 선정성 및 폭력성 수위를 좀 더 구체화해 시청자에게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담배 또는 약물', '성적인 내용 및 노출', '적나라한 폭력' 등과 같이 선정성 및 폭력성 수위를 세분화해 해당 프로그램의 정도를 명시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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