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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코로나 송년회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5 18:00

수정 2020.12.15 18:00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홈파티'가 연말 모임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파티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홈파티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와인 매출도 롯데마트 기준 1~11월 전년 동기 대비 51.7% 증가했다.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홈파티'가 연말 모임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파티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홈파티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와인 매출도 롯데마트 기준 1~11월 전년 동기 대비 51.7% 증가했다.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1907년 12월 29일자 대한매일신보에 '내외국 관리들 망년회(忘年會)로 일본 요릿집들이 크게 이익을 봤다'는 글이 실렸다. 12월 29일은 1년 중 끝자락이다. 1900년대 초는 일본의 조선침략이 가속화하던 시기라 일본 관리와 조선인들이 연말에 망년회를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망년회의 뿌리는 일본이다. 일본은 중세 때부터 연말이면 친척과 지인들이 어울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 이것이 망년회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고려·조선 시대에도 망년회란 말이 등장한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고려사'에 이인로·이규보 등 젊은 문인들이 무신 권세에 맞서 술과 시로 세월을 한탄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 망년회 풍속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고종 13년 강화도조약(1876년)을 체결한 이후라고 한다. 일본은 군사력으로 조선을 협박해 강제로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이후 조선에는 일본 외교관과 상인들이 득실거렸다. 당시 망년회는 조선 내 이권을 장악하려는 일본인과 이들에게 빌붙어 부와 명예를 얻으려는 부패한 조선인들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 단골 장소는 1906년 개업한 조선 최고의 요릿집 명월관이었다고 한다. 현재 서울 세종로에 있는 동아일보사 자리다.

요즘은 일본 잔재가 묻은 망년회 대신 송년회 또는 송년 모임으로 부른다. 2020년도 딱 보름 남았다. 코로나19에 파묻힌 올해는 연말까지 우울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송년회 풍속도 변신 중이다. 최근 수도권에 있는 한 병원은 라이브 방송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부서별 모범사원, 공로상 수상 등이 모두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직장인들은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화상 송년회를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크리스마스 용품 매출이 전년보다 12% 올랐다. 외부 모임을 자제하고 가족끼리 단출한 홈파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을 바꾼 코로나가 송년회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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