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별성제 도입 논란
일본 최고재판소 5년 만에 재심의
자민당 반대파, 찬성파 엇갈려
아직은 반대파 목소리에 밀려 제자리 걸음
일본 최고재판소 5년 만에 재심의
자민당 반대파, 찬성파 엇갈려
아직은 반대파 목소리에 밀려 제자리 걸음
【도쿄=조은효 특파원】 남편이나 부인이 각자의 성(姓)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부부별성(夫婦別姓)제' 도입을 놓고, 일본사회가 뜨겁다.
현재는 일본 민법상 남편이나 부인, 어느 한쪽의 성씨로 통일하도록 돼 있는데, 실상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성씨를 따르는 게 사회 관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부부별성제 도입을 놓고, 집권 자민당 조차도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릴 지경이다.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결혼 후 여성이 자신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촉발됐으나 '가족제도의 붕괴'를 우려하는 반대파들의 목소리에 밀려, 결국 '추진 보류 결정'이 났다. 흥미로운 것은 반대파의 중심에 자민당 중진 여성 정치인이자 극우 색채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야마타니 에리코 전 국가공안위원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자민당은 당본부에서는 내각 제1부회(상임위원회)와 여성활약추진 특별위원회가 합동회의를 열어, 제 5 차 남녀 공동 참가 기본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도입과 관련한 문구 조정이 핵심 쟁점이었다.
격렬한 의견대립 끝에 나온 결론은 원안에 있던 '부부별성' 문구의 삭제다. 표현도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과 국회에서의 논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한층 더 검토한다"로 후퇴했다. 반대파의 주축인 다카이치 전 총무상 등은 "가족단위 사회제도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찬성파 역시 자민당의 간판 여성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여성 정치인들간 대리전이 됐다.
자민당 여성활약추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모리 마사코 전 법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이다. 이들은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춰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모리 마사코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나 "많은 20, 30대 여성들이 결혼하면 원래의 성을 바꿔야 하는 데 반감을 느끼고 있다"며 부부별성 허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과거 스가 총리가 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시한 바 있어 부부별성제를 적극 밀어줄 것이란 기대감을 적잖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이번 논의에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코로나19대응에 여념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으나, 자칫하면 일본 보수 사회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정책의 총론격인 이번 정책에서는 한 발도 내딛지 못했으나 부부별성제는 향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본 최고재판소는 부부동성제에 관한 위헌 심사에 돌입했다. 앞서 2015년에는 "부부동성제는 일본 사회에 정착된 것으로 가족의 호칭을 통일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5년 만에 결정이 뒤집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 1898년 부부동성제를 법률로 규정 후, 남편 또는 부인의 어느 한쪽 성을 따르게 하고 있으나, 대략 95%이상이 남편의 성씨를 사용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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