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등 4가지 혐의 인정
尹 "불법·부당" 법적대응 예고
전직총장들도 "법치주의 위협"
秋, 측근 내세워 수사지휘할듯
尹 "불법·부당" 법적대응 예고
전직총장들도 "법치주의 위협"
秋, 측근 내세워 수사지휘할듯
■'회복 어려운 손해' 법정 공방 2R
검사 징계위는 지난 15일 오전 10시34분께부터 16일 오전 4시께까지 심의를 이어간 끝에 윤 총장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징계위는 추 장관이 징계 사유로 제시한 윤 총장의 혐의 중 '판사 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3가지 혐의를 정직 처분 이유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윤 총장은 지난 1일 직무 복귀 보름 만에 다시 업무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였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가 배제됐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주일만인 지난 1일 다시 총장직에 복귀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징계위 의결 직후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윤 총장은 앞선 직무배제 취소소송 때와 마찬가지로 징계 효력을 잠정 중단시키는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본안인 징계 취소소송을 함께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법무부의 즉시항고로 서울고법에 배당된 기존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사건은 각하 결정이 예상된다. 새로운 징계처분에 따라 종전 직무배제 집행정지는 소의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직 총장들도 반발
윤 총장이 또다시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한 검찰 간부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의 칼을 빌린 것 아니냐"라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전직 검찰총장들도 성명을 내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은 "징계절차로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법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계절차는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김각영(32대)·송광수(33대)·김종빈(34대)·정상명(35대)·임채진(36대)·김준규(37대)·김진태(40대)·김수남(41대)·문무일(42대) 전 검찰총장 등 모두 9명이 참여했다.
법조계는 윤 총장 징계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청와대·여권의 연루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도 불투명해졌다고 관측했다.
윤 총장은 직무 복귀 직후 대전지검 원전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지휘했고, 법원은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4일에는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의 부실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즉각 인권침해 여부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원전수사 착수가 윤 총장 징계청구의 발단이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 장관을 비롯해 여권에선 이번 수사를 놓고 "정치인 검찰총장의 정부공격"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검찰 수뇌부에 대한 '핀셋 인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남관 대검 차장과 윤 총장 측근으로 원전수사를 직접 지휘 중인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교체설의 중심에 있다. 윤 총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조 차장은 원전 수사 등 권력을 겨냥한 현안 수사에 대한 핵심 키를 쥐게 된다.
조 차장은 당초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됐다가 윤 총장 징계국면에서 징계 철회를 요청하며 추 장관과 불편한 관계가 돼 버렸다. 최근에는 대검 감찰부 관련 진정 사건을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했다. 지난달 친여권 성향으로 평가받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부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고 수사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으로선 조 차장의 최근 행보를 통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심경을 느꼈을 것"이라며 "장관 측근 인사를 총장 직무를 수행할 대검 차장에 앉혀 대검 지휘라인을 장악, 정부가 불편해할 수사를 컨트롤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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