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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제소 해놓고선 "韓中처럼 지원을..." 日조선업계 속내 토로 [도쿄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7 13:56

수정 2020.12.17 16:48

日조선 100년 기업들 한중에 샌드위치 신세 
한계 상황에 처해...수주잔량 1년3개월치 뿐 
일본 조선협회 회장 "한중처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日정부, 2018년 WTO에 한국 제소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교토 마루이즈 조선소 전경 JME 홈페이지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교토 마루이즈 조선소 전경 JME 홈페이지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조선업계가 일본 정부를 향해 "중국, 한국처럼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간 한국, 중국의 조선업 지원에 대해 "시장 왜곡이다"라며 거세게 비판해 온 일본 조선업계가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2018년 말 일본 조선업계의 불만을 반영, 한국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한 것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 한 상황이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조선공업회 사이토 다모쯔 일본 조선공업협회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마련했다는 10억엔(약 105억원)짜리 조선업 지원책을 언급하며, "중국, 한국 수준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국토교통성은 일본 조선업계 재편 및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에 10억엔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 액수를 놓고, 일본 조선업계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한국에 비교하면 약하기도 하거니와, 이 정도의 액수 가지고서는 정책의 실효성 조차 내다보기 어렵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마디로 "이 돈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이토 회장은 그러면서도 한·중의 조선업 지원을 향해 "왜곡된 지원이다"라고 비판을 거두지 않아, "중국, 한국처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발언과 모순된 상황을 자아냈다. 사이토 회장은 "관공청(정부 발주)선박을 포함한 수주 환기책을 정부에 요청, 위기를 극복해 보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조선업계의 목소리를 반영, 지난 2018년 11월 한국의 조선업 지원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의 에히메 야드 전경. 사진/이마바리 조선소 홈페이지 캡쳐.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의 에히메 야드 전경. 사진/이마바리 조선소 홈페이지 캡쳐.

현재 일본 조선업계는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10년 래 최악이다'는 곡소리가 들릴 정도다. 일본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현재 1년 3개월치 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2년 이하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조선 3사가 연말 수주 물량을 대폭 늘리며, 중국을 제치고 누적 수주율 세계 1위 탈환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일본 조선업계 최근 수년간 급격히 경쟁력을 상실했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리고, 드릴쉽 등 고부가 선박은 이미 한국 조선사들이 선점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날로 엄격해지는 국제 친환경 규격을 쫓아가자니 이 역시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본의 산업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조선업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미 사업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경쟁사와 손을 잡아서라도 '수주 보릿고개를 넘어보겠다'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조선업계 2위 업체인 저팬 마린 유나이티드(JMU)는 교토 소재 마이즈루 사업소의 상선 건조사업 종료 계획을 발표했다. 급기야 일본 1위 조선업체인 이마바리 조선소와 업무·자본제휴를 맺기까지 했다.
오랜 수주가뭄과 적자경영에 지친 102년 역사의 조선기업 미쓰이 E&S 역시 상선 건조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상태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일본 조선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나가사키 소재 코우야키 조선소를 오시마조선사에 매각한 바 있다.
시장에 남아있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협업과 재편을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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