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파문 일으키고도 언론 탓하는 송영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7 18:21

수정 2020.12.17 18:21

[기자수첩] 파문 일으키고도 언론 탓하는 송영길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을 가졌는데, 북한에 핵 갖지 말라 강요할 수 있나."

며칠 내내 화제가 됐던 여당 중진 의원의 발언을 곱씹게 된다. 야당을 중심으로 귀를 의심케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지 살포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찬성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말해 파문이 이어졌다.

송 의원의 발언은 우선 그가 개별 의원이 아닌 외통위원장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파문을 키웠다.

정부 간 대화의 돌파구 찾기가 마땅치 않을 때 정부 대신 의회 외교역량을 이끌고 해당국을 방문, 해법을 찾아야 하는 막중한 자리가 외통위원장이다.


물론 본인의 소신을 두고 평가의 잣대를 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는 현재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미국 정권교체로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미풍의 변화를 가져와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 그리고 한반도 전체에 주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정치인의 화법을 두고 옳고 그름을 말할 한가로운 때도 아니다. 송 의원의 발언이 박수 받기보다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다.

그의 구체적 발언만을 놓고 봐도 그간 국제사회나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쏟아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에선 쉽게 동의하기도 어렵다.

문재인정부도 집권 이후 지난 4년간 힘 있게 추진해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골자는 북한 비핵화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다.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에도 북한의 핵·미사일은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돼있다. 그러나 송 의원은 되려 북한의 핵 보유를 군사대국에 맞서는 약소국의 자위권 정도로 평가한 것이다.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자 송 의원은 물론 소속 정당인 민주당까지 나서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적절한 해명으로 듣기도 민망한 일로 평가받는다.
송 의원은 "내 말을 비틀어 북한 비핵화 외교를 포기하고 용인하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비겁한 편집을 한 것"이라며 언론을 비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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