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는 2010년 9월 캐나다 출신의 줄기세포 권위자인 데릭 로시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벤처투자를 받아 세운 스타트업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불과 10년 만에 세계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원천은 1100여명에 달하는 전문 연구개발 인력과 끊임없는 혁신이다.
모더나의 가치는 주가를 보면 안다. 현재 주당 140달러다. 2018년 12월 주당 23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한 지 2년 만에 6배 뛰었다. 1849년 설립된 전통의 화이자(주당 37달러)보다 외려 4배 가까이 높다. 유망 스타트업에는 투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1·2위인 블랙록과 뱅가드도 주요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회사는 각각 수천조원대 자산을 굴리는 초대형 사모펀드다. 이들이 미국의 벤처 생태계를 키운다. 우리나라 사모펀드 시장이 각종 의혹과 비리로 얼룩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주 정부는 내년 1월에 모더나와 백신공급 계약을 하겠다고 말했다. 접종은 내년 2~3월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자체 백신은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에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안 우리는 백신 구경도 못할 것 같다. 백신은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다. 결국 미국 등 선진국이 저만치 앞서간다. 우리도 바이오 강국을 꿈꾸지만 지금으로선 실력 차이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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