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2위 김세영은 생애 첫 올해의 선수상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날 4라운드에 보기는 1개로 틀어 막고 버디 7개를 골라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27·미래에셋)을 5타차 2위로 밀어내고 정상을 차지했다.
시즌 첫승이자 통산 7승째를 거둔 고진영은 우승 상금 110만달러(약 12억945만원)의 잭팟을 터뜨려 4경기만 출전하고도 상금왕(166만 7925 달러)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또한 한 해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챔피언에도 등극했다.
작년에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등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고진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내에 머물다 지난 11월20일 막을 내린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을 통해 지각 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전서 공동 34위에 그쳤던 고진영은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5위에 이어 US여자오픈 공동 2위에 입상하면서 막차로 이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간 고진영은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역전승의 전주곡을 쏘아 올렸다. 6번홀(파5) 버디로 단독 선두로 올라선 고진영은 9번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면서 다시 공동 선두로 내려 앉았으나 불운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승부처가 된 것은 11번홀(파4)이었다. 김세영은 티샷 실수, 고진영은 두 번째샷 실수로 나란히 세 번째샷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으나 김세영은 보기를 범한 반면 고진영은 4m 남짓의 파퍼트를 성공시키면서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런 다음 고진영의 파죽지세가 이어졌다.
12번(파3), 13번(파4), 14번홀(파5)에서 이른바 '싸이클 버디'를 잡아 순식간에 타수를 4타차로 벌린 고진영은 16번홀(파3)에서 3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4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리를 자축했다.
고진영의 우승 원동력은 컴퓨터 아이언샷이었다. 3라운드까지 그린 적중률 77.8%에 그쳤던 고진영의 아이언샷은 이날 그린을 한 차례만 놓쳤을 정도로 발군이었다. 반면 김세영은 주특기인 장타를 십분 활용했어야 할 파5홀 공략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김세영은 이날 1타 밖에 줄이지 못하는 등 나흘간 파5홀 버디가 4개 뿐이었다. 이에 반해 고진영의 나흘간 파5홀 버디는 마지막날 3개 등 총 10개였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올 시즌 치러진 LPGA투어 18개 대회 중 한국 선수는 7승(메이저대회 3승)을 합작했다. 2승(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을 거둔 김세영을 비롯해 박인비, 박희영(33·이수그룹),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거둔 이미림(30·NH투자증권), 그리고 지난주 끝난 US여자오픈에서 비회원 신분으로 우승한 김아림(25·SBI저축은행)이 올 시즌 위너스 써클 멤버다.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던 김세영은 보기와 버디를 3개씩 주고받아 이븐파에 그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한나 그린(호주)과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비록 상금왕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에 공동 35위(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에 그친 박인비(32·KB금융그룹)를 제치고 생애 첫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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