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은 국가안보 목적상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임의로 그은 선 안의 구역이다. 국별 방공식별구역은 앞에 자국의 영문이니셜을 붙인다. 즉 한국은 KADIZ, 중국은 CADIZ, 일본은 JADIZ라고 표기한다.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중·러 군용기들이 제집 들락거리듯 유독 KADIZ가 양국의 놀이터가 된 인상이다. 지난 한 해만 중국이 150여회, 러시아가 30여회 진입해 우리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했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에 사전 통보도 없었다고 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양국의 이번 연합훈련을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무력시위로 본다. 최근 BI-B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일본에 전개되는 등 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에 맞불을 놓았다는 분석인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때 "미국이 세계질서를 다시 이끌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경시 노선과 선을 그었다.
물론 중국이 우리가 관할권을 가진 이어도 부근에서 KADIZ로 진입하긴 했지만, 양국 군용기들이 이번에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한·일이 분쟁 중인 독도 동쪽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 대목이 주목된다. 독도를 건드리면 한국 공군이 가만히 있을 순 없고, 이 경우 일본 항공자위대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알고도 '곡예비행'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러의 KADIZ 합동 도발은 양수겸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전통의 북·중·러 군사동맹을 복원하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의 틈새를 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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