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이미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면, 재판 과정 도중에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4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등 6명에게 각 징역 2년6월~4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 등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콜센터 상담원, 발신번호 명의자 모집·관리, 개인정보 DB 및 자금관리로 역할을 나누고, 체크카드를 임대해주면 사용료를 주겠다거나, '체크카드 임대' 등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전송해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에게 비밀번호를 기록한 체크카드를 송부하도록 유도하는 상담을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수억원을 편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들에게 각 징역 2년6월~3년6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통해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를 추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피고인 측에서는 "피고인들이 활동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단체가 아니고, 피고인들이 이를 인식하면서 범죄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하여 활동한 적이 없으므로,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불허되거나,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변경된 공소사실이 변경 전의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다면 그것이 새로운 공소의 추가적 제기와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도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있다"며 "1심의 사기 범행과 항소심에서 추가된 범죄단체 조직, 가입 및 활동 범행 사이에 기본적 사실 관계의 동일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추가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 등에게 각 2년6월~4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사기 범행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없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범행을 추가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며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 및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질못이 있다"고 판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사기 공소사실과 범죄단체 공소사실은 범행일시, 행위태양, 공모관계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 다르고,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두 공소사실은 동일성이 없으므로, 공소장 변경 절차에 의해 사기 공소사실에 위 범죄단체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은 허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체적 경합이란 두 개 이상의 행위가 각각 범죄로 성립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와 해당 범죄단체가 목적한 개별 범죄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라며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와 개별 범죄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어 공소장 변경 절차를 통해서는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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