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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늦깎이 신인왕' 이원준, "최경주.양용은 선배처럼 롱런 하는 선수가 되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4 12:21

수정 2020.12.24 12:21

35세의 적잖은 나이에 올 KPGA코리안투어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 이원준이 활짝 웃으며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KPGA
35세의 적잖은 나이에 올 KPGA코리안투어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 이원준이 활짝 웃으며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아마추어 시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유망주였다. 190cm, 96kg의 탄탄한 체격으로 300m를 날리는 장타가 일품이었다. 2007년에 LG전자 후원을 받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도전했으나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쳐 골프를 그만둬야만 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학업을 시작했으나 골프를 향한 미련은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2015년에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퀄리파잉 테스트에 응시했다. 합격이었다. 하지만 작년까지 4년간 활동한 일본무대서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초청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던 KPGA선수권대회에서 연장 혈투 끝에 프로 데뷔 13년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지난 달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with 타미우스CC에서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올 KPGA코리안투어 ‘까스텔바작 신인상(명출상)’을 거머쥔 호주동포 이원준(35)의 골프 커리어다.

이원준은 올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이 아닌 국내에서 활동했다. 그러면서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3차례 입상해 제네시스 포인트는 6위, 제네시스 상금순위 9위로 성공적인 시즌을 마쳤다. 그는 "신인상은 골프 시작 이후 처음 차지한 타이틀이어서 기쁘고 뿌듯하다”며 “하지만 올해 목표가 다승이었는데 1승에 그친 것이 다소 아쉽다"고 했다.

이원준의 다승 꿈을 무산시킨 것은 퍼트였다. 그의 올 시즌 온 그린시 평균 퍼트수는 1.7824타로 25위였다. 시드권자 전체 순위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제네시스 포인트 '톱10' 중에서는 가장 좋지 않은 퍼트 퍼포먼스였다. 이원준은 “퍼트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골프에 만약은 없지만 퍼트가 잘 됐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점차 해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원준은 “점차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찾아가고 있다. 사실 그 전에는 욕심만 앞세웠던 적이 많았다”며 “순간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전체적으로 좋은 흐름을 타기 위해 뒤로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딸 채은 양이 축복처럼 찾아 온 것도 올 시즌 선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2019년 첫 우승 당시에는 채은이가 아내의 뱃속에 있었지만 이번 우승 때는 세상 밖에서 우승을 지켜봤다”며 “가장이 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차분해졌다. 경기 중에 마인드컨트롤도 잘 된다. 어느 순간부터 안정감 있게 플레이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원준의 2021 시즌 목표는 올해 이루지 못했던 다승이다. 그는 그것을 위해 ‘아워홈 그린적중률’, ‘가민 평균퍼트수’ 부문의 수치를 올해보다 높이겠다는 각오다.
우선은 비시즌 동안 쇼트게임 능력 향상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원준은 “최경주, 양용은 선배는 30대 중반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더욱 노력해 선배님들처럼 ‘롱런 하는 선수’가 디도록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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