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직 상실 위기에 처했던 김일권 경남 양산시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시장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김 시장은 당분간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김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5월 말 기자회견장에서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이 시의 행정미숙으로 발생한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시장이었던 나동연 시장은 당시 "창녕 공장 건립은 시장 취임 전에 결정된 일"이라고 주장하며 김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시장이 상대 후보자와 무관한 내용을 마치 상대 후보자의 책임인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했다"며 "김 시장이 이 사건 발언 부분이 허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 사건에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해당 발언의 오류를 지적했을 때 대답을 회피했고, 이후에도 발언의 취지에 대한 설명이나 정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을 가리켜 나 전 시장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원심을 이 사건 발언의 맥락과 경과 및 전후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발언의 의미를 단선적으로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자회견문 내용과 발표에 이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언론 보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발언이 "'누가 보거나 듣더라도 넥센타이어 공장이 양산시가 아니라 창녕군에 건립된 것은 나동연 후보의 양산시장 재임기간에 있었던 행정미숙 때문’이라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오히려 "양산시의 행정미숙으로 넥센타이어가 양산시가 아니라 창녕군에 공장건립을 결정하였고, 나동연 후보의 양산시장 재임기간 동안 양산시에 일자리 대참사라고 볼 만큼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발언의 전·후 맥락에도 맞고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사건 발언에 관해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가 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도 반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사건 발언은 사실의 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했다.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준공식이 나동연 후보의 양산시장 재임시절 개최됐다'는 문장은 평가의 전제사실 내지 배경사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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