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씩만 해도 사회면을 가득 채울 내용들이다. 게다가 정치와 연결되다 보니 신문 지면과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가 된다. 다른 출입처는 잘 모르지만 업무상 직접 접하는 법조 출입 기자들은 극한직업이 분명하다. 법조계는 사건도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취재원도 접촉이 어렵고 까칠하다. 다른 부처는 서로 보도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줄을 대는데 법조계는 정말 독특하다고 한다.
판사들은 거의 기자를 만나주지 않는다. 판사들은 명함에 휴대폰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아예 명함조차 만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검사들은 기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자신들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작 기자들이 궁금해서 문의할 때는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피의사실 공개금지원칙 때문에 더욱 취재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대한변협은 의미 있는 사업들을 꽤 하지만 뉴스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한다. 간혹 특검이나 공수처 등 정치와 연결되는 경우에만 반짝 관심을 끄는데 이때는 변협도 함구 모드로 돌입해 취재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조기자들은 회의실 벽면에 귀대기를 하거나 문 앞에서 마냥 뻗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공수처장후보 추천과 관련해 국회를 다니면서 정치부 기자들도 사회부 기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문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을 보니 가슴이 짠했다. 추운 겨울인지라 실내라고 해도 바닥이 차갑다. 아들딸뻘 되는 젊은 기자들이 그 차가운 바닥에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대기하는 모습을 보니 출입처가 어디든 기자는 극한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고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회의 내용을 간단히 알려주면 너무 고마워하며 다시 연락을 한다. 몇 차례의 불발 끝에 통화가 되면 오히려 고마워하며 열심히 물어본다. 언론이 썩었다느니 기레기니 하는 말로 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열정과 헌신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아닌가 싶어 기자들의 전화에 좀 더 성실하게 응대해주자고 마음먹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할 때는 법조계를 출입하는 일선 기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시간이 많았다. 사회의 부조리를 안주 삼아 직업적 어려움을 소주 한잔에 녹여내는 젊은 기자들의 패기와 정의감이 매번 인상 깊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하면서는 코로나19 때문에 기자들과 자주 자리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대신하는 따뜻한 글로 젊은 기자들의 찬 손이 조금이라도 녹았으면 싶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회훈은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이다. 기자를 대표하는 단어는 "정론직필"이다. 변호사와 기자의 공통점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정의이다. 붓으로 쓰건 펜으로 쓰건 둘 다 정의를 위해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배출 숫자가 많아져서 직업적 안정성도 수입도 모두 예전 같지 않다는 탄식도 있지만, 그래도 사회를 움직이는 뜨거운 피인 정의를 위해 바치는 그대들의 인생, 결코 후회없으리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