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생후 1달이 갓 넘은 아기는 무엇이 불편한지 계속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 아빠 A씨(당시 30)와 엄마 B씨는 아이 옆에 있었다. 2012년 2월 12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에서의 일이다.
임신 32주만에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신생아 패혈증, 수막염으로 아파 인큐베이터 안에만 있다가 사흘 전에 막 퇴원한 차였다. 여느 부모였다면 아기가 아픈지 걱정하는 게 우선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A씨는 집주인이 먼저 생각났다. B씨와 동거를 시작하기 전, 혼자 살겠다며 세를 계약해놓고 B씨와 아기를 집에 들였기 때문이다. 들키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이 앞섰다.
계속되는 아기의 울음을 참지 못한 A씨는 아기를 들어올려 침대에 세 번 내리쳤다.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종이상자에 넣어 가두고 이불을 덮어두었다. B씨가 아기를 꺼내려 하자 "집주인이 알면 어떻게 할거냐. 내 방식이니 간섭마라"며 막았다.
한 시간 뒤 울음을 그친 아기는 상자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나흘 뒤인 16일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다.
아기의 사망 사실을 먼저 안 것은 아빠 A씨였다. A씨는 "아기가 너무 오래 자니 깨워보자"는 B씨를 수차례 말리다 결국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누운 아기를 뒤집어 보니 등은 진한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고 코에서는 냄새가 나는 노란 물이 나왔다.
A씨는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사체를 유기하자"고 했고, B씨는 신고하자고 했다. 이후 가족들과 한참 통화한 A씨는 B씨에게 "아기를 침대에 던진 것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은 것, 유기하자고 했던 것을 말하지 말자" "일어나보니 죽었다고 하자"고 말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A씨의 말대로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단계에서 마음을 바꿨다. A씨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자 자신을 배신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검찰 조사에서 B씨는 A씨가 "말하지 말자"고 당부했던 것과, 외도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는 점까지 모두 털어놨다.
2014년, 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여자문제로 원한을 품어 내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사실을 진술한다"며 "아기를 침대에 던진 적도,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스스로 진술을 번복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있고 진술내용도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며 "진술을 번복하면서도 A씨의 처벌을 불원한 것을 보면 원한으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아기가 사망하기 전날인 15일 저녁 10시쯤, 아기를 목욕시키다가 머리를 세면대에 부딪히게 한 적이 있다"며 "이것이 사망 원인일 수 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B씨가 세 시간 전인 7시에 이미 아기를 목욕시켰는데 다시 목욕을 시킬 이유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아기의 부검의도 "살짝 세면대에 부딪힌 정도로 아기의 사인인 급성 경질막밑출혈이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급성 경질막밑출혈은 질병이나 고의적이지 않은 사고 외에는 주로 아동학대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기도 하다.
선고 공판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당시 부장판사 성지호)는 "피고인의 학대는 반인륜적 소행으로 생후 40일 정도밖에 안 된 아기가 사망했다"며 "말 못 하는 아기가 느꼈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이전에도 수차례의 징역형·벌금형을 선고받은 점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친모 B씨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01년 당시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장기 5년, 단기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13년에는 외도로 만난 여자친구의 어머니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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