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전국 의대 본과 4년생들이 2021년 1월 시험을 치르게 됐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상황에서 의료현장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이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사실상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2월31일 정례 브리핑에서 '2021년 의사 국시 시행방안'을 발표하며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 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기로 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2차례 실기 시험 실시 배경에 대해 "당초 인원 3200명과 응시 취소자 2700여명을 합쳐 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기 시험을 진행해야 함에 따라 시험 기간 장기화 등 시험 운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집단행동을 벌인 의대생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나고 국민 여론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의료진 부족 우려가 제기되면서 당초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0년 9월 의사실기시험에서 의대생 2700명이 응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규의사 2700명의 공백이 생기고 공중보건의 약 38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 "특히, 공중보건의는 공공의료기관과 취약지에 필수의를 담당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지난 8월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국시를 거부했다. 정부와 여당, 의료계가 '의정협의체' 구성 등을 골자로 한 합의에 이르렀지만, 학생들은 두 차례의 재접수 기회에도 시험을 거부했다. 결국 3172명 가운데 최종 423명만 시험을 치렀다.
현 상황대로라면 2021년초에 배출되는 신규 의사 숫자는 예년보다 2700명가량 부족해진다. 수련병원·군의관·공중보건의(공보의)로 활동할 의사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미 코로나19 대응으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현장에 상당한 부담요소다. 의사면허는 국시 필기·실기를 모두 통과해야 발급된다. 의사면허가 없으면 의료행위가 불가능하다.
2021년 1~2월에 실기시험 응시 후 의사면허 취득자에 대한 인턴전형 시 지역·공공의료 분야 인력충원 시급성을 고려해 비수도권·공공병원 정원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0년 실기시험 응시자와 2021년 상반기 응시자를 구분해 2021년 1월 말, 2월 말에 각각 모집한다. 2021년 상반기 응시자 대상으로 하는 인턴 모집에서는 비수도권과 공공병원의 정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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