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Generation
그들이 말하는 취업·내집마련·인권
정부 취업 정책 일부는 취준생에 국한
20대 초반부터 준비할 기회 있었으면
청년 3명 중 1명꼴 주거빈곤 겪어
27만3000호 공급 '청년주택'에 기대
n번방·미투같은 소식 다시 들리지 않길
그들이 말하는 취업·내집마련·인권
정부 취업 정책 일부는 취준생에 국한
20대 초반부터 준비할 기회 있었으면
청년 3명 중 1명꼴 주거빈곤 겪어
27만3000호 공급 '청년주택'에 기대
n번방·미투같은 소식 다시 들리지 않길
2021년 새해가 왔다. 청춘의 시간도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흘렀다. 대학가는 비대면 수업을 했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혼란도 겪었다. 청년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떠들썩했던 사회적 이슈들로 한숨이 떠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그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 적어도 새해만큼은 희망이 좌절보다 클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새해를 맞아 4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청년들은 '올해의 키워드'로 '코로나19'를 꼽았다. 2021년에 21살에 접어든 대한민국 청년들은 학업에서부터 주거, 취업, 인권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 "근로환경·처우개선 선행을…청년유입 선순환"
청년들은 무엇보다도 취업에 대한 고민들을 가장 많이 털어놨다.
건국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정소윤씨(21)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의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됨에 따라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채용 규모와 방식의 변화로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아르바이트 전문 구직사이트 알바몬이 사업주 471명을 대상으로 '알바생 고용 현황'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 사업주는 일손이 부족해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로 '경기 악화로 인한 매출 감소(5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올해 21살이 된 청년들은 아직 본격적인 취업전선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아르바이트·인턴 시장에 문을 두드려 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중인 이상우씨(21)는 "지난해에도 적체된 예비 인턴 인력들이 많아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취업 예행연습인 인턴이 되기도 어려운데 실전인 취업은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020년은 취업전선에 선 청년층(15~29세)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0대(20~29세)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20만9000명이 감소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유일하게 취업자 수가 증가한 세대는 60세 이상으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37만2000명이 늘었다.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전체 실업률이 3.4%인 가운데 청년층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8.1%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청년들은 이 같은 '취업한파'에는 이유가 있다고들 했다.
이씨는 "청년실업에 대해 기성세대가 문제 삼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청년들이 대체로 기피하는 기술직이나 중소기업에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대한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 등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청년 세대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 일부가 취업준비생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씨는 "만 24세 이상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청년 지원 정책에 비해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초반을 위한 청년 정책은 상당히 부족하다"며 "지금은 주로 경제활동을 앞둔 '취업준비생' 청년들을 지원하는 금전적인 정책이 많은데, 20대 초반부터 취업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하는 청년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 내집 마련? "먼 이야기지만" 청년 주거정책에는 '긍정적'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에 청년들은 또 한번 주거시장에서 불리한, 나아가 아예 소외된 존재가 됐다. 청년들은 이른바 '영끌'해 내집 마련은커녕 월세 부담이라도 덜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보호사회연구원 전문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거비가 월소득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주거빈곤 가구'는 33.1%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1인가구의 경우 부엌을 포함한 방 1개와 총면적이 14㎡에 미달하는 경우 최저주거기준으로 규정한다. 다시 말해 청년 3명 중 1명꼴로 주거빈곤 가구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에 최근 정부는 청년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해 청년층을 주거복지 대상에 포함시키고 내년부터 5년간 시세의 50~95% 수준의 청년주택 27만3000호를 공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거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년들은 대체로 이 같은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청년의 신분과 소득에 따라 제한돼 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씨는 실제 내년부터 자취를 위해 '기숙사형 청년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정씨는 "학교 주변 원룸촌은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오가는 역세권인 데다 주변 상권 영향으로 시세가 높아 방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정부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니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은 "정부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주거정책은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의학과에 재학 중인 한상현씨(21)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주택 가격 상승은 정책 실패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노동수입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세습 자본주의로 갈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치가 상승할 곳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영끌'은 가치가 있다"면서도 "한국은 역사적으로 항상 수도권에 땅이 모자란 나라였다.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으로 땅을 빌릴 권리만 준다고 해서 주거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인권! "새해는 더 밝고 따뜻한 한 해 되었으면"
지난해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한 불법 성착취물 거래 범죄 'n번방'부터 정치인들의 잇단 성폭력 사건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21살 청년들은 특히 아동 등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온라인상에서 성착취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른 'n번방' 사건에 크게 분노했다. 범죄자들 대다수가 자신들과 비슷한 평범한 청년들이었다는 점과 범행 대상이 아동을 비롯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에서다.
이상우씨는 "n번방 사건을 보면서 악한 사람이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이 떠올랐다"며 "성폭력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다고 느끼지 않을 때조차도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충격이었고, 악이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2030에게 더 큰 울림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소윤씨는 "일부 성범죄의 경우 처벌이 경미해지거나 죄질에 맞는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나를 분노하게 했던 것 같다"며 "n번방과 같은 온라인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성범죄 피해자들을 좀 더 배려하고 포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고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훨씬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미투' 사건 관련해 분노하는 청년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고려대 재학생 이모씨(21)는 "박 전 시장이 숨진 후 학교 앞 안암역 사거리에 민주당 쪽에서 박원순 추모 관련 현수막을 걸어뒀는데 충격적이었다"며 "(그런 현수막이) 피해자에게 굉장히 큰 무력감을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집단 린치, 2차 가해라고 생각했다. 집권여당에서 그런 현수막을 건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또 기성세대에게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또는 동반자로 청년을 바라봐달라고 요청했다. 정소윤씨는 "모든 청년들은 각자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젊음을 꽃 피우는 청년들을 격려와 위로, 응원의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지난 2020년을 '하나의 역사'로 기억하되 새해에는 좀 더 밝은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소망했다. 무엇보다 새해에는 코로나19의 종식을 비롯해 불안정했던 요인들을 모두 극복하고 안정된 삶을 기대했다.
김태윤씨(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21)는 "새해에 특별한 건 바라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보다는 나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주영 전민경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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